"비정규직 이제 그만"…광화문서 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대회

입력 2019-06-27 16:48
"비정규직 이제 그만"…광화문서 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대회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1천100만명이라고 합니다. 비정규직이 없는 곳이 없고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이 자리 잡고 있어 구분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라 이곳이 '마지막 일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일터가 아닌 길거리에서, 해고자 신분으로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1천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비정규직 이제그만)이 27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연 증언대회에는 비정규직의 현실을 토로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노동조합(노조) 활동을 하지 못하거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위험한 노동 환경에 노출된 비정규직의 삶은 '속거나, 잘리거나, 죽거나'로 요약된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박대성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지부장은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한 전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바로잡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하셨는데 2년이 지나 그 약속은 어디에도 없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안명자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본부장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는 현실을 설명하며 "비정규직 차별 해소, 처우 개선 대책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역행하려고 하는 정부와 국회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오경미 문화예술노동연대 사무국장은 "현행법상 예술인은 법이 규정하는 노동자 집단에 포함돼 있지 않다. 노동자로 분류되지 못한 예술인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법·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날 증언대회에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일터에서 숨진 노동자의 가족들도 함께해 "일하다가 죽지 않도록 노동 현실을 바꿔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잘못된 구조 속에서 인권이 짓밟힌 채 일하고 있다"면서 "기업과 나라에 의해 인권이 무시되고 피폐해진 삶을 사는 게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건설현장에서 숨진 고 김태규 씨의 누나는 "위험한 일은 사실상 비정규직에게 떠넘기고 있는 게 노동 현장의 현실"이라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억울하게 죽임당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노동존중' 공약 중 여러 사항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며 '비정규직도 사람이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 '가자 총파업으로, 비정규직 이제 그만'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비정규직의 현실을 바꾸자는 의미에서 '속거나', '짤리거나', '죽거나'라고 적힌 풍선을 터뜨리는 퍼포먼스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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