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CEO "은행들이 이란제재 위반 알고도 거래했다"

입력 2019-06-20 11:00
화웨이 CEO "은행들이 이란제재 위반 알고도 거래했다"

사실이면 연루 은행들에 제재 불똥 튈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의 창업자인 런정페이(任正非) 최고경영자(CEO)는 화웨이의 미국 대이란제재 위반 혐의와 관련해 은행들도 제재 위반 정황을 모두 알고서 화웨이와 거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9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 인터뷰에서 "은행들이 그런 사업 활동을 완전하게 인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런 CEO는 멍 부회장이 당시 은행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까지 나눴다며 은행들도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딸(멍완저우)이 카페에서 은행 관계자들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했다"며 "우리는 딸과 커피를 마셨던 사람과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실들이 공개되고 법정에서 다뤄진다면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이 매우 투명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런 CEO가 공개석상에서 대이란 제재 위반 사건의 세부 내용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웨이는 홍콩의 유령기업 스카이콤을 통해 이란 통신업체와 거래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간 이 사건에서 은행들은 화웨이에 속아 내막을 알지 못한 채 화웨이와 스카이콤 간 결제에 참여했던 피해자로 알려졌었다.

미국 수사당국은 런 CEO의 딸인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부회장이 국제 금융시스템에 접근하기 위해 화웨이와 스카이콤의 관계를 은행들이 알지 못하도록 속였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미국 수사당국은 지난 1월 멍 부회장과 화웨이를 기소할 때 대이란제재 위반뿐만 아니라 은행사기 혐의도 적용했다.

은행들이 대이란제재 정황을 알고도 화웨이를 지원한 게 사실이라면 상당한 파문이 일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현지 언론들에서는 화웨이와 이란의 거래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은행으로 HSBC, 스탠다드차타드 등이 거론된 바 있다.

지난해 12월 캐나다가 미국의 요청으로 멍 부회장을 체포하자 중국이 캐나다인 2명을 국가안보 위해 혐의로 구금하면서 중국과 캐나다 간 갈등이 불거졌다.

현재 멍 부회장은 보석으로 풀려난 뒤 캐나다에서 가택연금 상태로 범죄인 인도 심리 절차에 대응하고 있다.

chi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