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에 자전거도 '메이드인차이나 시대' 종식
자이언트, 미국행 물량 대만 이전…"중국 엑소더스 불붙을 듯"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세계 최대의 자전거업체 자이언트가 미중 무역전쟁 때문에 미국 수출용 자전거를 더는 중국에서 생산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관세 폭탄의 표적을 중국 제품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자이언트의 보니 투 회장은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작년 9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위협을 가하자마자 신속히 결단을 내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투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25% 관세 계획을 발표하자 심각하게 여기고 트럼프 대통령의 입이 닫히기도 전에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이언트는 미국에서 오는 주문을 중국 대신 본사가 있는 대만에서 소화하고 있다.
이는 관세 때문에 자전거 가격이 평균 100달러(약 12만원)나 오르는 사태를 피하기 위한 대책이다.
투 회장은 "나는 '메이드인차이나'(Made In China)의 시대, 중국의 지구촌 공급이 끝났다는 걸 작년에 인식했다"고 말했다.
자이언트는 작년에 중국 공장 6곳 가운데 1곳을 폐쇄하고 미국행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대만 공장을 2교대로 가동하고 있다.
이 업체는 헝가리에 새 공장을 짓고 있으며 동남아시아 업체와 제휴를 검토하고 있다.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는 관세 타격을 우려해 재빨리 중국을 탈출한 자이언트의 전략을 호평하고 있다.
자이언트의 주가는 4년 연속 하락을 마친 뒤 올해 들어 78% 급등해 글로벌 자전거업체 중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다.
다이와 증권은 "자이언트의 글로벌 인지도가 신규 업체들에 장벽으로 작용했고 자이언트의 유연한 제조기지 운용이 중국 제품을 겨냥한 미국과 유럽의 관세 리스크를 회피하는 데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중국의 적대적 통상관계가 악화하면서 자이언트와 같은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미국 반도체업체 인텔이 글로벌 공급사슬을 재점검한다고 밝혔다.
가정용품을 공급하는 홍콩의 대형상사인 리앤드펑도 중국을 떠나 공급처를 다원화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미국은 현재 2천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25% 관세를 물리고 있으며, 관세가 부과되지 않고 있는 3천억 달러 규모의 나머지 중국 제품 전체에도 같은 세율의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부터 오는 25일까지 진행되는 공청회, 이후 1주일간 이어지는 서면 의견 접수 등 의견수렴 절차가 마무리되면 바로 관세부과를 지시할 수 있다.
추가 관세 폭탄이 구체화하면서 중국에 생산기지를 운용하는 미국 수출기업들에 대한 거취 압박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미국 통계청 자료 분석에 따르면 추가 관세의 대상 품목은 무려 3천800여개에 이른다.
특히 이들 품목에는 실생활에서 바로 접하는 휴대전화기, 노트북컴퓨터, 의류, 신발, 장난감 등 소비재가 대거 포함돼 소비자들은 가격이나 공급원 변화를 피부로 느낄 것으로 관측된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