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와 고락 30년 함께한 OECD 한국통 존스 박사 정년퇴임

입력 2019-06-14 03:00
한국경제와 고락 30년 함께한 OECD 한국통 존스 박사 정년퇴임

앙헬 구리아 사무총장 퇴임연 주최…"한국을 깊이 이해하고 사랑한 경제학자"

고형권 주 OECD대사 "마음씨 따뜻한 큰 형 같은 분…큰 상실"

작년 수교훈장 숭례장 받아…美 컬럼비아대서 한국·북한경제 연구 계속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지난 12일(현지시간) 저녁 프랑스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의 조지 C. 마셜 빌딩은 OECD의 대표적인 '한국통'인 랜들 S. 존스(64) 박사의 정년퇴임 축하연으로 북적였다.

OECD의 한국·일본경제 분석관인 존스 박사가 30년의 OECD 근무를 마치고 오는 8월 모국인 미국으로 돌아가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것을 축하하는 자리.

"지난 30년간 랜들은 명석한 이코노미스트이자 훌륭한 정책조언자였습니다. 랜들은 항상 겸손하면서도 권위를 갖고 있었죠. 이 두 덕목을 다 갖추기는 상당히 어려운데 말이죠"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랜들은 항상 현명하고 신뢰할 만했다"면서 이렇게 존스 박사를 치켜세웠다.

구리아 총장은 "한국 정부가 작년에 랜들에게 '수교훈장 숭례장'을 줄 때 한국에 대한 깊은 이해와 더불어 한국에 대한 '애정'을 언급했는데, 우리가 어떤 나라를 사랑하지 않으면 30년이나 헌신할 수는 없다는 것을 한국이 잘 간파했다"면서 웃었다.

OECD에서 한국·일본경제라는 '한 우물'만 30년 동안 파온 존스 박사는 한국 거시 경제 전반을 가장 깊이 이해하는 해외 전문가로 꼽혀왔다.

19살 때인 1974년부터 2년간 서울·부산·대구·광주를 돌며 선교사로 활동했고, 미국으로 돌아가 경제학을 공부한 뒤 1989년 OECD에 합류한 것을 시작으로 다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26년간 OECD가 펴낸 16편의 한국 경제 보고서를 모두 집필했고, 그동안 OECD 분석관으로서 방한한 것만 40차례가 넘는다. 지금도 간단한 대화는 한국어로 가능한 그는 은혜 은(恩)에 빼어날 수(秀)를 쓴 '조은수'라는 한국 이름도 가졌다.

존스 박사는 30년간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은 매서운 정책조언자였지만, 넉넉한 품성과 겸손함으로 한국의 경제 관료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낸 고형권 주(駐)OECD 대사는 이날 환송사에서 "한국 경제가 어려울 때나 좋을 때나 항상 함께했던 랜들은 높은 식견과 한국에 대한 끝없는 애정으로 우리 기획재정부 관료들 사이에서는 따뜻한 마음씨의 큰 형 같은 분이었다"면서 "그가 OECD를 떠나는 것은 우리에겐 큰 상실"이라고 말했다.



존스 박사는 이날 퇴임연에서 한국이 OECD에 가입한 직후인 1997년 터진 금융위기 당시를 회고하기도 했다.

"그때 한국의 증시와 환율 추이가 기억납니다. 너무나 어려운 시기였어요. 한국이 OECD에 조금 더 일찍 가입했더라면 금융과 기업 부문의 개혁을 통해 좀 더 건전한 체질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까웠어요"

구리아 사무총장은 OECD에서 존스 박사에게 선물로 한국의 전통 갓과 일본 전통예복을 선물했다.

직제상 존스 박사의 상관인 OECD 경제국의 알바로 산토스 페레이라 국장은 "한국과 일본 정부와 협의해 랜들 존스 이코노미스트 상(賞)을 만드는 것도 검토해보겠다"고 밝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존스 박사는 당분간 휴식을 취한 뒤 뉴욕의 컬럼비아대학으로 옮겨 한국과 일본 경제를 계속 연구할 생각이다. 특히, 북한 경제에 대해 더 차분히 들여다볼 생각도 갖고 있다고 한다.

작년 9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권력을 잡은 뒤 북한에서 시장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이렇게 형성된 시장 중 상당수는 규모도 제법 크고 시장 친화적 사고를 지닌 신흥 상인계층을 공급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날 OECD의 한 동료는 존스 박사에게 프랑스에서 출간된 북한 여행 가이드북을 선물하기도 했다.

OECD 사무총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한국의 갓을 머리에 쓰고, 일본 전통예복 상의를 함께 걸치고 활짝 웃는 존스 박사의 눈에는 OECD를 떠나는 아쉬움 탓인지 눈물이 글썽거렸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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