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연극으로 새롭게 해석"…막 오른 '산울림 고전극장'

입력 2019-06-12 17:28
"고전을 연극으로 새롭게 해석"…막 오른 '산울림 고전극장'

러시아 고전문학 기반 둔 여섯 작품 잇달아 공연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누구나 제대로 읽어본 적 없거나 아직 읽어보지 못한 고전을 새롭게 연극으로 해석해 보여드리겠습니다."

산울림 소극장이 '고전극장'을 통해 러시아 고전 문학을 기반으로 한 연극 6편을 무대에 올린다. 고전극장은 산울림 소극장이 지난 2013년부터 '소설, 연극으로 읽다'를 주제로 연극과 고전 문학의 만남을 시도한 프로그램이다.

포문은 12일 알렉산드르 푸시킨 원작을 김정민이 각색·연출한 '스페이드의 여왕'이 열었다. 극단 작은신화가 오는 23일까지 공연한다.

임수진 극장장은 이날 마포구 소극장 산울림에서 개막작 공연을 끝내고 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문학 전집이 책꽂이에 한 권씩 꽂히듯 100권을 목표로 '고전극장'을 시작했다"며 "어느덧 28개 작품이 무대에 올려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고전은 수백 년, 길게는 더 오랜 시간 여러 나라에서 지금까지 읽히는 작품들이다. 그러나 고전이라는 이름 때문에 딱딱하게 생각돼 사람들로부터 멀어지는 것 같았다"며 "젊은 단체들과 함께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했다"고 프로그램의 의미를 밝혔다.

이어 "올해 참가 단체를 공모로 모집했는데 28개 팀이 응모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6팀이 공연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스페이드의 여왕'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젊은이 게르만을 통해 노력하지 않고 성공하려는 욕망과 잘못된 선택이 파멸을 가져온다는 주제를 전달한다.

일확천금에 강한 욕망이 있는 장교 게르만은 동료로부터 자신의 친척 백작 부인이 젊은 시절 카드게임에서 비책으로 거액을 땄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백작 부인의 양녀 리자베타에게 접근해 백작부인의 침실로 몰래 숨어들지만, 그곳에서 실랑이 끝에 백작 부인을 살해하게 된다. 마침내 꿈에서 그 비책을 알게 된 게르만은 전 재산을 걸고 도박판에 참여한다.

180년 전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지만, 극에서 보이는 게르만의 욕망과 파멸의 모습은 분명 이른바 '수저론'이 대표하는 현대 한국 상황과도 맞닿아있다. 카드게임을 소재로 한 만큼 중간중간 관객이 직접 게임에 참여하는 코너도 넣었다.

김정민 연출은 "내용을 시각화해서 게임을 하는 것이 관객에게 보일 수 있도록 했다"며 "아무래도 소설이 관객들에게 친숙하다 보니 각색해서 공연했을 때 관객들이 관심을 가지고 찾아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번째 작품은 막심 고리키 원작을 김민경이 각색·연출한 '밑바닥에서'. 극단 노마드가 삶의 이유를 묵직하게 묻는다.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무대가 마련됐다.

다음 달 10∼21일에는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를 재구성한 '외 갈매기'가 공연된다. 외롭게 살아가는 인간을 한 마리 갈매기로 빗댄 작품이다. 박경식이 각색·연출했으며 공연창작소 공간이 연기한다.

박경식 연출은 "외 갈매기가 등장인물을 다 대변하면서도 같이 살아가는 또 한명의 인물인 것처럼 각색했다"며 "함께 있지만 외롭고 쓸쓸한 인간들, 외롭고 쓸쓸하지만,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인간들의 사명을 그렸다"고 각색 방향을 설명했다.

이어 다음 달 24일부터 8월 4일에는 니콜라이 고골의 '코', '광인일기', '외투'를 엮은 연극 '니콜라이 고골: 욕망의 메커니즘'이 기다린다. 고골의 삶을 따라가면서 그의 작품에 투영된 욕망을 통해서 현재를 바라본다. 최호영이 각색·연출하고 극단 키르코스가 함께한다.

최호영 연출은 "고골이 만들어낸 '작은 인간'이 나오는 작품의 이야기들을 모두 욕망이라는 주제로 엮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8월 7∼18일엔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판소리와 접목한 '죄와 벌'이 공연된다.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판소리를 고민하는 극단 '내가언제어디서소리를어떻게왜'가 러시아 작품에 판소리를 어떻게 녹여낼지 기대를 모은다.

각색을 맡은 정지혜는 "대학생 시절 '죄와 벌'을 읽었을 때 '내가 서른이 넘으면 각색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현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내가 많이 변했다. 그런 것들을 판소리로 표현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대미는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원작을 홍란주가 각색·연출한 '무무'가 장식한다. 청각장애인 농노 게라심과 그가 사랑한 강아지에 관한 이야기로, 지금도 러시아 초·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홍란주는 "한국의 전통춤을 가지고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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