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옆 노른자땅 3만6천㎡ '17년째 공터'…종로구 "숲 조성"

입력 2019-06-11 16:59
수정 2019-06-11 21:54
경복궁옆 노른자땅 3만6천㎡ '17년째 공터'…종로구 "숲 조성"

왕족·고위관리 집터→조선식산은행 사택→미군장교·대사관 숙소

삼성생명이 국방부서 매입…대한항공이 사들여 7성급 호텔 지으려다 실패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17년째 공터로 남아 있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3만6천642㎡ 땅에는 어떤 것이 들어설까.

종로구청은 11일 이 땅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트윈트리타워에서 '송현동 부지를 시민 숲으로'라는 토론회를 열고 숲이 있는 공원 조성을 주장했다.

김영종 구청장은 발제에서 "현재 이 땅 주변에 4m 높이 담이 있고 철문도 있다. '종로구에 감옥이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며 "계속 방치하다 보니 지금은 잡초가 우거져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구청장은 "이 부지는 광화문광장, 인사동, 북촌, 서촌, 청와대, 경복궁과 인접한 아주 중요한 곳이고 관광객과 시민의 이동이 많은 중심지"라며 "몇몇만 사용할 VVIP 호텔보다는 누구나 올 수 있는 숲을 만들어서 '서울의 허파'로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의 1인당 숲 면적은 4.38㎡로 전국 평균 10.07㎡의 절반이 안 된다"며 "5천억원이나 하는 땅을 대책도 없이 얘기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일은 사람들이 더 건강하고 편안하게 살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로가 지역구인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사에서 "토지 소유주가 호텔을 지으려다가 무산돼 이 땅을 내놨다"며 "저는 정부 측에 이 땅을 국가에서 사들이라고 계속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당장 돈이 없으면 국채를 발행하는 것이 어떠냐고 얘기하고 있다"며 "경복궁과 창덕궁을 잇는 역사 벨트, 인사동과 삼청동을 연결하는 문화 벨트의 한가운데 있는 곳이니 지혜롭게 활용해야 후대에 부끄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승효상 위원장은 "땅은 위치가 불변하고 희소가치가 굉장하기에 공공성이라는 가치를 가져야 한다"며 "이 땅을 개발할 때는 여러 각도로 공공성의 가치를 부각해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홍순민 교수는 "이 부지는 서울의 옛 모습을 살피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거점이자 중세 조선, 식민지, 미군정, 남북 분단으로 이어지는 근현대사의 궤적이 서린 곳"이라며 "역사적 의미와 문화적 가치를 가진 이곳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현동 부지는 조선 말기까지 왕족과 고위 관리들의 집터였다. 일제강점기 조선식산은행이 사들여 사택 부지로 썼고 독립 이후 미군 장교와 미국 대사관 직원 숙소 등으로 이용됐다.

2002년 6월 삼성생명이 국방부로부터 부지를 매입해 소유권이 민간으로 넘어갔다. 2008년 6월 대한항공이 2천900억원에 매입해 7성급 관광호텔 건립을 구상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고 올해 2월 '연내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부지 매입 비용은 5천억원에 달한다는 추산이 나온다. 종로구는 비용을 구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와 서울시가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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