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스타트업] 농산물 전자상거래 '미남농산물' 고승완 대표

입력 2019-06-09 11:01
[U~스타트업] 농산물 전자상거래 '미남농산물' 고승완 대표

친구와 함께 해외 물품 구매대행업체도 차려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인생의 제1 플랜은 취업보다는 창업이었어요."

군산대 조선해양공학과 4학년인 고승완(28) 미남농산물 대표는 지난해 1월 한 베테랑 농부와 독점계약을 맺고 농산물 전문 전자상거래업체를 차렸다.

농산물 판매유통 과정이 복잡하다는데 착안했다.



전자상거래 사업은 소득 수준이 올라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대표적인 선진국형 산업이고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장벽도 창업에 한몫했다.

'미남농산물'의 최대 강점은 확 줄인 유통단계.

생산자와 산지 수집상, 도매시장, 중간 도매인, 협력사, 소매상으로 이어지는 유통단계를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곧바로 잇는 2단계로 단순화했다.

중간 유통이 없는 만큼 농산물은 신선하고 저렴하다.

당일 아침에 수확한 최상의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직송한다는 게 거래 원칙이다.

가게를 갈 시간이 부족한 소비자는 믿고 먹을 수 있는 토마토 등 제철 농산물을 시중보다 싼 가격에 정기적으로 배송받을 수 있다.

이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 잡자 지난해 10월에는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 해외 물품 구매대행업체 운영을 시작했다.

자신의 안목에 대한 확신은 물론 '다른 업체와 달라야 한다'는 철학까지 가슴 깊이 새긴 뒤였다.

또래가 취업을 목표로 스펙을 쌓고 있을 때, 고 대표는 전북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의 한 주택 2층에서 해외 물품 구매대행업체인 '버드박스'를 만들었다.

새가 상자를 물어다 준다는 뜻에서 버드박스로 상호를 지었다.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 제품들을 접할 때 정보 불균형이 발생한 데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아이디어는 현실이 됐다.

구매대행 사업을 생소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해외 패션·화장품·생활용품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에게는 익숙하다.

유행에 민감한 30대 청년이 주 고객이다.

어느 제품이 잘 팔리고 소비자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등 유통 데이터를 축적했다. 피드백도 충실히 하며 철저한 고객관리(CS)를 했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업체가 명멸하는 전쟁터 같은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고 대표는 자기만의 영역을 조금씩 확대해 갔다.

똑같은 제품이지만 보다 싸게 사려는 알뜰 소비자들에게 입소문을 타면서 창업한 지 1년도 안 돼 억대의 매출을 올렸다.

고 대표는 막연히 창업을 꿈꾸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러던 중 군산대 창업교육센터에서 창업전략, 창업 시뮬레이션 등의 과목을 들으면서 가슴이 쿵쿵 뛰었다.

창업이란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스타트업에 눈을 떴다.

당시 안태욱 지도교수의 조언을 받으면서 창업에 대한 열망은 높아갔다.

처음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관심이 많았다.

중학교 3학년 무렵 시력이 0.3으로 떨어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즈 헬퍼(Eyes Helper)'란 앱을 제작했다.

세상에서 가장 어울리는 안경을 찾아주는 앱이다. 앱에 얼굴 사진을 올려놓고 안경의 다양한 디자인과 색깔을 씌워 본 뒤 마음에 드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다.

이 앱으로 2017년 '국제 실습기업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시장에서 통할 가능성이 높다"고 호평했다.

고 대표는 앱 개발을 잠시 뒤로하고 전자상거래에 눈을 돌려 청년 사업가로서 기반을 다졌다.

"사업을 하면서 딱히 힘든 점은 없다"는 자신감과 열정을 최대 무기로 사업 시작 후 짧은 기간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올여름 대학을 졸업하는 그는 "거친 길이라도 내가 주도하는 진짜 인생을 살고 싶다"며 "젊은 날의 열정을 쏟아부어 직접 식품업체를 차린 뒤 식품을 해외에 수출하는 게 제2의 플랜"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그러면서 "기업가로서 당연히 수익 창출이 목표지만 회사가 성장하면 저 같은 청년 창업가에게 작게나마 지원을 해 주고 싶다"고 소망을 말했다.

sollens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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