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 "관저 팔려고 해도 못팔아"…예산난 탄식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자신이 거주하는 뉴욕 맨해튼의 관저 매각까지 거론하며 유엔의 심각한 예산 부족을 걱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전날 유엔 외교관들에게 관저 매각을 진지하게 고민했던 사실을 털어놨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내가 (사무총장으로) 왔을 때 한 첫 번째 일은 관저를 매각할 수 있는지를 묻는 일이었다. 농담이 아니고 진지한 얘기"라면서 "우리가 뉴욕에서 (유엔의) 문을 닫을 때 관저를 미국에만 매각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유엔 사무총장 관저의 처분 권한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언급은 유엔이 임의로 매각할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관저는 맨해튼 미드타운 이스트 리버 쪽의 서턴 플레이스 지역에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관저는 JP모건의 딸인 앤 모건(Anne Morgan)을 위해 1900년대 초반 지어졌고, 이후 스튜번 글래스(Steuben Glass)의 아서 하우튼 주니어 회장이 유엔주재 미 대표부에 기증한 것을 미 대표부가 다시 1972년 유엔에 기부했다고 전했다.
제4대인 쿠르트 발트하임 사무총장 때부터 관저로 이용되고 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유엔본부 건물 등을 염두에 둔 듯 "물론 우리는 부채보다 자산이 많다. 그렇지만 충분한 유동자산이 없다"면서 "나는 이 건물을 팔 수도 없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유엔 회원국의 분담금 체납과 엄격한 자금 관리 제한 규정 등으로 유엔은 거의 20억 달러(약 2조3천억원)에 달하는 유엔평화유지군(PKO) 및 일반예산 부족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대 분담국인 미국은 평화유지군 예산의 28.5%를 내야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25%를 상한으로 설정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월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193개 회원국에 "(분담금) 지연 납부와 증가하는 체납금 때문에 활발한 평화유지군 활동이 조만간 유동성 공백을 맞이할 것 같다"는 내용의 경고 서한을 보냈다고 전한 바 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당시 체납된 평화유지군 예산이 20억 달러에 달하고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의 현금 잔고로는 평화유지군 작전을 채 2개월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체납된 20억 달러 중 3분의 1 이상이 미국 분담분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를 이끄는 옌스 모드빅 위원장도 지난달 취재진에 몇몇 국가들이 분담금을 내지 않아 심각한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54억 달러 규모의 유엔 일반 예산 중 22%, 67억 달러 규모의 평화유지군 예산 중 28%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올해 1월 1일자로 일반 예산 중 3억8천100만 달러, 평화유지군 예산 중 7억7천600만 달러를 아직 납부하지 않은 상태라고 유엔 관리는 말했다.
lkw777@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