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대북 인도적 지원, 대화 재개 촉진제 되길 기대한다

입력 2019-06-05 15:17
[연합시론] 대북 인도적 지원, 대화 재개 촉진제 되길 기대한다

(서울=연합뉴스) 정부는 5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 의결을 통해 영유아와 임산부 등 취약 계층을 돕는 국제기구들의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에 800만 달러를 공여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통일부 장관 결재 등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 세계식량계획(WFP)과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에 이 금액을 전달하게 된다. 국제기구에 집행 결정 사실을 통보하고 입금하는 데 통상 사나흘이 걸린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9월 교추협에서 800만 달러 지원을 처음 의결한 이후 대북 제재 등으로 집행을 하지 못하다 이번에 성사시켰다. 찬반 논란은 있지만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자는 여론이 더 우세한 점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비핵화 협상과는 별개로 모내기 철 가뭄과 심각한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을 돕는 결정은 동포애와 인도주의 차원에서 명분과 의의를 지닌다.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 지원뿐 아니라 남북 간 직접 식량 지원 등을 성사시키기 위한 접촉도 북한에 촉구한다.

북한 매체들은 인도주의 지원은 부차적이라며 근본 문제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한미군사훈련에 대한 반감과 미국 측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미는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에 대해 큰 틀에서 공감대를 보였지만 여전히 입장차가 적지 않은 상황이고 남북 대화도 재개되지 않고 있다. 대화 시한을 올해 말로 못 박은 북한은 오는 12일 북미 공동성명 1주년을 앞두고 미국이 새 해법을 갖고 하루빨리 협상에 나오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리에 대해선 미국 등 외세의 눈치를 보고 있다며 민족 공조에 나서라고 압박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여전한 신뢰를 나타내긴 하지만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 활동 재개를 의심하며 대북 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대화의 교착 상태를 벗어나려면 협상 당사자 간 약해진 신뢰를 회복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현재로선 인도주의적 교류 협력이 주요 해법 중 하나다.

모든 협상에선 좀처럼 풀리지 않는 난제는 일단 분리해 미루고 접근이 덜 어려운 사안부터 추진하는 투트랙 방식이 현실적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인도주의에 담긴 진정성이 문제를 푸는 데 긍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북한도 우리의 취지에 부응해 남북 협력의 장으로 나서길 촉구한다. 지난달 중국 인근 자강도 우시군 협동농장에서 발생한 폐사율 최대 100%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방역과 확산 차단을 위한 우리 정부의 협력 제의에도 조속히 응하길 바란다. 야생 멧돼지를 매개로 남북 접경지역을 통해 남쪽으로 확산할 수 있기에 남북 공동의 문제가 됐다. 식량 지원과 돼지열병 방역 협력을 마중물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가동 재개를 위한 접촉이 이어지길 바란다. 남북은 지난해 4월 27일과 5월 26일 잇달아 정상회담을 성사시켰고 이를 토대로 9월 18~20일 평양에서 3차 정상회담을 개최한 경험을 공유한다. 인도주의적 교류를 시발점으로 남북 및 북미 간 대화와 협력의 새로운 동력이 생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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