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는다"…뉴욕·홍콩·대만 '톈안먼시위 30주년' 추모집회

입력 2019-06-04 17:48
"잊지 않는다"…뉴욕·홍콩·대만 '톈안먼시위 30주년' 추모집회

홍콩 촛불집회에는 사상 최대 18만 명 참석 전망

'6·4' 기념관엔 홍콩인 물론 중국 본토인 발길도 이어져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30주년을 맞아 중국 본토에서는 당국의 통제로 무거운 침묵이 흐르지만, 뉴욕, 홍콩, 대만 등 해외에서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집회가 잇따르고 있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있는 중국 대사관 밖에서는 수백 명이 모여 톈안먼 사태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톈안먼 사태는 1989년 6월 4일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면서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과 시민들을 중국 정부가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무자비하게 유혈 진압한 사건을 이른다.

베이징시는 톈안먼 사태로 241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서방세계에서는 수천 명이 사망했다고 본다. 영국 정부가 기밀 해제한 외교문서에서는 톈안먼 시위의 희생자가 1만 명을 넘는다고 봤다.

중국 내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18년 옥살이를 한 후 1997년 미국으로 망명한 웨이징성은 "워싱턴 추모집회에 많은 젊은이가 참여한 것에 감동했다"면서 "이들이야말로 톈안먼의 기억을 다음 세대에 전해줄 수 있는 중국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홍콩 시민단체인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는 이날 저녁 8시부터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톈안먼 시위 유혈진압 희생자를 추모하고 톈안먼 시위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연다.

홍콩에서는 톈안먼 시위 다음 해인 1990년부터 지련회 주도로 매년 시위 희생자들을 기리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특히 이날 집회는 톈안먼 시위 30주년이라는 의미에 더해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에 대한 반감이 겹쳐 2012년과 2014년 기록했던 사상 최대 인원인 18만 명가량이 참가할 것으로 지련회는 기대했다.

홍콩 정부가 추진 중인 새로운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살인, 밀수, 탈세 등을 저지른 범죄자를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홍콩 야당 등은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반체제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규가 악용될 수 있다며 강력하게 반대한다.

리촉얀(李卓人) 지련회 비서장은 "사람들은 아직도 30년 전에 일어난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며 "특히 범죄인 인도 법안은 홍콩인이 자유를 위해 중국 중앙 정부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홍콩 침사추이 지역에 새롭게 문을 연 '6·4 기념관'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27일 재개관한 후 지금껏 3천700여 명의 사람들이 찾았으며, 최근에는 하루 방문객 수가 200∼250명에 달한다.

특히 여기에는 홍콩의 시민과 학생뿐 아니라 중국 본토인들도 방문해 눈길을 끈다.

중국 쓰촨(四川)성에서 온 건설 노동자 쉬하오(32)는 "홍콩에 와서 톈안먼 시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며 "홍콩의 많은 시민과 젊은이들이 톈안먼 시위의 기억을 보존하고 알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만에서도 톈안먼 시위 30주년을 기념해 이날 저녁에 수십 개의 시민단체가 연대해 추모 집회를 연다.

이 집회에서는 1989년 톈안먼 시위에 직접 참여한 사람들과 2014년 홍콩의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 참가자들이 모여 역사의 진실을 증언하고 중국 본토의 민주화와 개혁을 촉구한다.

집회 주최 측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내년 총통 선거의 유력 후보들을 초청했다면서 이들이 중국 정부의 톈안먼 시위 유혈진압을 규탄하는 성명에 서명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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