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피서1번지]① 비리 복마전 전락한 해운대 파라솔사업
임대 사업권 공익 단체에 줬지만, 불법 전대 만연
횡령·폭력사건 비화도…구청 "불법 철저 감시"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조정호 기자 = 매년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이 공식 개장하면 알록달록한 파라솔이 백사장을 가득 메운다.
백사장을 따라 끝도 없이 펼쳐진 파라솔 행렬은 한때 해운대의 상징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 많은 파라솔 도대체 누가 운영해온 것일까.
◇ "피서 절정 때 하루 매출 1천만원"
2016년과 2017년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파라솔 입대사업을 한 A 봉사단체 소속 B씨는 피서 절정기 하루 매출이 1천만원이 넘었다고 말했다.
당시 해운대 백사장에는 17개 파라솔 운영구간이 있었는데, A 단체는 이곳 중 한 곳을 운영했다.
2017년에는 해수욕장에서도 가장 '노른자위'로 불리는 구간에서 A 단체가 임대사업을 하기도 했다.
해변은 국·공유지이기 때문에 해운대구는 임대사업을 할 수 있는 단체를 '공익 봉사단체'로만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지역에 있으면서 3년 이상 활동실적이 증명되는 단체다. 파라솔 운영구간은 추첨으로 정해진다.
운영권을 받으면 파라솔뿐만 아니라 튜브, 비치배드 등 각종 피서 용품을 빌려주는 것이 가능한데 여기서 발생한 수익은 모두 운영 단체가 챙긴다.
구의 한 관계자는 "예산으로 지원해야 할 공익 단체에 예산 대신 사업권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B씨는 "구역 하나당 파라솔을 150∼180개 정도 펼칠 수 있는데 8월 성수기 주말 등 약 열흘 정도는 날씨만 좋으면 하루 최소 1천만원 이상 매출을 손쉽게 올렸다"고 말했다.
◇ 판치는 운영권 전매…민간업자가 해변서 수익
문제는 이들 공익 단체가 운영권을 받은 뒤 민간업자에게 돈을 받고 넘기는 전대 행위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국공유지 해변에서 자격 없는 민간인이 수익을 챙기고 거래 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B씨는 "임대가 가장 안 되는 구간도 운영권만 구에서 받으면 2천만원 선에서 전대가 가능하고, 노른자위는 최소 4천만원은 챙길 수 있다고 알고 있다"면서 "사업을 운영할 준비 안 된 단체들이 힘들여 사업을 하기보다 운영권만 받아 차익을 챙기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돈을 벌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으로 운영권이 여러 명의 손을 거쳐 불법 전대되다가 마지막에 운영권을 넘겨받은 사람이 손해를 봐 다툼이 이는 경우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잘만 하면 짧은 기간 수천만원 목돈을 만질 수는 있는 것은 맞지만 날씨 변수가 큰 데다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고 말썽이 생기는 경우도 잦아서 임대사업이 쉽지만은 않다"면서 "새벽에 파라솔을 모래에 박아넣는 기술자를 '말'이라고 부르는데 '말' 1명에게 개장 두 달 동안 인건비를 1천만원가량 주는 게 관례로 정착해 있고, 여기에 운반원 2명·성수기 알바생 4∼6명의 인건비에 파라솔, 비치배드 구매에도 초기 비용이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B씨는 전대 행위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해당 단체가 내부 이사나 단체 소속원에게 전매하는 거래도 많다고 말했다.
또 "암암리에 이뤄지기 때문에 외부에 알려지진 않지만, 업계 관계자끼리는 '어떤 형님이 운영권 3개를 확보했다더라'는 식의 이야기는 듣는다"고 전했다.
◇ 횡령·폭력사건으로 비화하기도
불법 전매가 적발돼 처벌받는 사례도 잇따른다.
피서 용품 대여 운영권이 있는 C 협회 관계자 D씨는 올해 초 횡령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6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파라솔 운영·수익권 등을 민간인에게 임대하고 받은 보증금·사용료, 사업 수익금 2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씨는 앞서 2015년에도 같은 단체에서 비슷한 수법으로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1년 4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해운대구가 운영권을 몰래 넘긴 단체 3곳을 적발하기도 했다. 1곳은 운영권을 모두 넘겼고 2곳은 일부만 넘긴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2013년에는 E씨가 파라솔 임대 사업권을 가진 한 단체 대표에게 8천만원을 투자해 운영권을 받으려고 했지만, 수입이 공개되는 모바일 파라솔 운영권을 맡게 되자 폭력배를 동원해 행패를 부리고 해당 단체 대표에게 300만원을 빼앗은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 "불법 전대 철저히 감시"
구는 올해부터 전대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감시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당장 올해부터 파라솔 운영구간을 17곳에서 3곳 줄인 14곳만 운영한다.
파라솔이 지나치게 난립해 바다 조망을 훼손하는 것으로 판단해 필요하면 내년 파라솔 운영구간을 더 줄이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불법 전대 적발 시 무관용 원칙도 적용한다.
구의 한 관계자는 "전대 행위의 경우 내부고발이 없으면 잡기 어렵고, 수사기관이 아니다 보니 단서를 잡더라도 위반사항을 밝혀내는 데 어려움은 있다"면서 "하지만 불법 전대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read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