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리콜 축소' 보고라인 정점 추적…前부사장 재소환

입력 2019-06-04 07:10
현대차 '리콜 축소' 보고라인 정점 추적…前부사장 재소환

리콜 관련 내부문건 다수 확보…MK 등 그룹 최고위층 보고 여부 규명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현대차의 세타2 엔진 결함 은폐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윗선'으로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검찰은 현대차 내부문건을 다수 확보해 엔진결함 은폐·리콜 축소 정황을 파악하는 한편, 리콜 관련 최종 결정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형진휘 부장검사)는 지난 3일 오후 방창섭(59) 현대케피코 대표이사를 재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방 대표는 2015년부터 3년간 현대차 품질본부장(부사장)을 맡아 신차 생산 개시와 차량 결함 시 리콜 결정 등을 책임졌다.

검찰은 현대차가 2015년 9월 미국에서 최초로 세타2 엔진 관련 리콜을 시행하기에 앞서 작성한 '품질본부장' 명의의 윗선 보고 문건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세타2 콘로드 베어링 소착 대응방안'이라는 문건에서 현대차는 엔진결함 원인을 '베어링 구조 강건성 취약', '오일라인 품질관리 미흡' 등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는 그간 세타2 엔진 결함은 2011∼2012년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공정 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가 발생한 것이기에 국내 공장에서 제작된 엔진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현대차가 리콜 전 작성한 내부보고서에 이미 엔진 구조 자체의 문제가 지적돼 있었던 셈이다.

검찰은 현대차 실무자들이 당시 품질본부장이던 방 대표에게 보고한 '미국 쏘나타 필드 조치전략' 등의 내부문건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미국 리콜 전인 2015년 7월 작성된 이 문건에선 1∼4안으로 대응방안을 나눠 검토했는데 ▲ 문제 발생 때만 엔진을 교체해주는 방안 ▲ 주행거리를 기준으로 문제 다발 구간 차량 엔진 점검 후 교체해주는 방안 ▲ 전 구간 엔진 점검 후 문제 차량 엔진을 교체해주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이 중 4안은 리콜을 통해 세타2 엔진이 탑재된 모델로, 미국 내에서 판매된 쏘나타의 엔진을 모두 교체해주는 방안이다. 약 2조원의 엄청난 비용이 드는 데다 현대·기아차 다른 차종으로 리콜을 확대해야 할 가능성이 있어 문제라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현대차가 쏘나타 47만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첫 리콜 규모가 축소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공정보다는 설계 문제가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숨긴 정황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검찰의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기아차 엔진결함 은폐 의혹의 핵심은 회사가 결함을 인지하고도 당국 조사가 있을 때까지 숨기면서 리콜 등 적절한 사후 조처를 제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세타2 엔진 결함으로 미국에선 2015년 9월 47만대, 2017년 3월 119만대를 리콜했으나 동일한 엔진이 장착된 국내 차량의 경우 문제가 없다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 차량에서도 시동 꺼짐 현상 등이 나타나고,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자 2017년 4월에야 그랜저HG·YF쏘나타·K5·K7 등 17만대를 리콜했다.

자동차관리법은 제작사가 결함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그 사실을 공개한 뒤 시정하고, 이를 어기면 10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은 현대차 품질본부장에서 현대·기아차 품질 총괄 부회장, 정몽구 그룹 회장으로 이어지는 의사결정 체계에서 리콜 관련 보고 및 결재가 어느 선까지 이뤄졌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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