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언방지 매뉴얼 냈지만…日여당 "애 셋 이상 낳아야" 또 '설화'

입력 2019-05-30 15:32
실언방지 매뉴얼 냈지만…日여당 "애 셋 이상 낳아야" 또 '설화'

사쿠라다 전 담당상 "자녀·손자손녀에 최저 3명 낳도록 부탁해달라"

"애 낳는 건 개인의 자유"·"인권의식 없다" 비판 쏟아져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여당 자민당이 소속 정치인들의 잇따르는 망언에 실언을 막기 위한 매뉴얼까지 냈지만, 다시 이 정당의 정치인으로부터 "아이를 세 명 이상 낳아야 한다"는 실언이 나와 여론의 몰매를 맞고 있다.

30일 교도통신과 NHK 등에 따르면 사쿠라다 요시타카(櫻田義孝) 전 올림픽·사이버보안 담당상(중의원 의원)은 전날 지바(千葉)현에서 열린 여당 의원 주최 모임에서 "자녀들과 손자·손녀들에게 꼭 아이를 최저 3명 정도는 낳도록 부탁해달라"고 말했다.



사쿠라다 전 담당상은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합계 출산율을) 2.2는 절대로 필요하다고 한다"며 "하지만 최근 결혼하지 않아도 좋다는 여성이 순식간에 늘어나 버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발언이 나오자 '개인의 자유인 출산을 강제하려 한다', '아이를 낳지 않은 사람을 죄악시한다'는 취지의 비판이 쏟아졌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렌호(蓮舫) 참의원 간사장은 "최악의 발언이다. 이런 발상을 가진 사람이 대신(장관)이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실언' 수준도 못 되는 국회의원의 수치다"고 말했다.

다른 야당인 국민민주당의 하라구치 가즈히로(原口一博) 국회대책위원장도 "원래부터 인권에 대한 의식이 결여돼 있다.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는 국회의원의 책무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 사민당의 요시카와 하지메(吉川元) 간사장은 "아이를 낳을지, 낳지 않을지는 자유다. 용서할 수 없는 발언이다"고 비판했고 연립여당 공명당의 사이토 데쓰오(齊藤鐵夫) 간사장은 "(발언의 영향이) 선거에 직결될 것이다. 여당이 교만, 해이함을 배제해 참의원 선거 승리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 발언을 한 사쿠라다 전 담당상은 '실언 제조기'로 불릴 정도로 많은 실언을 한 끝에 올림픽·사이버보안 담당상 자리에서 경질됐던 인물이다.

그는 사이버보안을 담당하면서도 "스스로 컴퓨터를 친 적 없다"고 떳떳하게 말하고, 올림픽 유망주인 수영선수가 백혈병에 걸렸다는 소식에 선수보다 일본의 올림픽 성적을 걱정하며 "정말로 실망하고 있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지난달에는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의) 부흥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같은 당 소속인) 다카하시 의원"이라는 망언을 했다가 결국 경질됐다.

그는 경질 후에도 자신의 입으로 스스로를 "반면교사로 삼고 싶다"고 말해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전날도 "최근 좋지 않은 일로 유명해졌다"고 떳떳하게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사쿠라다 씨의 새로운 실언은 자민당이 실언 방지 매뉴얼을 만들어 국회의원, 지방 조직, 참의원 선거 입후보 예정자에게 배포한 지 불과 한달도 안돼 나왔다.

자민당은 사쿠라다 씨 외에도 쓰카다 이치로(塚田一郞) 국토교통 부대신(副大臣)이 '총리와 부총리를 위해 손타쿠(忖度·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행동함)했다'고 스스로 밝혔다가 경질되자 이달 초 실언을 막기 위해 주의해야 할 점을 담은 매뉴얼 '실언과 오해를 막기 위해서는'을 만들었다.

입헌민주당의 쓰지모토 기요미 국회대책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자민당의 체질인 것 같다. 실언방지 매뉴얼이 효과가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비꼬았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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