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가 너무 늘었다고?' 보츠와나, 사냥금지 해제 논란

입력 2019-05-23 15:57
'코끼리가 너무 늘었다고?' 보츠와나, 사냥금지 해제 논란

최신 조사결과 개체 수 줄어…"유권자 의식한 정치적 목적"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아프리카 남부에 있는 보츠와나가 개체 수 증가에 따른 피해를 이유로 5년 만에 야생 코끼리 사냥을 허용해 논란을 빚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보츠와나 정부는 지난 2014년에 내렸던 코끼리 사냥 금지령을 5년 만에 해제한다고 밝혔다.

보츠와나 환경자연자원보존관광부는 성명에서 "인간과 코끼리의 충돌 횟수가 늘어나고 수위도 높아지는 등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고 이유를 밝혔다.

성명은 또 "포식자(코끼리) 수가 늘어 가축을 죽이는 등 큰 피해를 야기했다"며 "질서 있고 윤리적인 방식의 사냥 재개를 보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끼리 사냥을 금지한 지난 5년간 개체 수가 늘어나 인간이 겪는 피해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보츠와나는 전 세계에서 야생 코끼리 수가 가장 많은 나라로 알려졌다.

나미비아, 잠비아, 짐바브웨와 접경한 북부지역에 대략 13만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야생 코끼리떼가 마을 한 곳을 지나가는 과정에서 농작물과 농장의 시설물이 파괴되거나 간혹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는 있다.

최근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야생 코끼리의 활동 반경이 넓어졌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따라서 보츠와나 정부의 설명대로 야생 코끼리 개체 수가 늘었다면 인간에게 피해를 끼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츠와나의 야생 코끼리 수는 농촌 주민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늘지 않았으며, 환경 보호론자들에게는 사냥금지 해제가 오는 10월 서거를 앞두고 시골 유권자를 겨냥한 정책으로 비칠 수도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실제로 모크위치 마시시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코끼리 사냥금지 재검토를 위한 위원회를 설립했고, 이 위원회는 지난 2월 사냥 허용을 제안했다.

또 마시시 대통령은 최근 나미비아, 잠비아, 짐바브웨 등과 정상회담을 열고 상아 무역을 금지한 현행 규제를 풀기 위해 국제사회를 상대로 로비 활동을 벌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의 야생 코끼리 개체 수는 약 41만5천 마리며, 상아를 노린 불법포획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

BBC는 보츠와나 정부의 코끼리 사냥금지 해제 조처가 환경보호론자들의 거센 반발을 부르고, 그동안 동물보호를 통해 쌓아온 국제적 명성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주요 외화 수입원인 관광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사회는 1973년 체결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 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을 통해 코끼리 등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를 규제하고 있다. 상업적 목적의 상아 거래도 1989년부터 금지됐다.

그러나 농경지나 마을 등 사람들의 생활터전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야생 코끼리의 위협에 대한 대응에 관해서는 이견이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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