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트럼프-아베 '초밀착 관계' 이어갈지 주시
"美대선 앞두고 '나쁜 뉴스' 분위기로 바뀔 우려 여전"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일무역 적자와 방위비 분담을 놓고 일본을 거듭 비판했다. 내년 대선이 가까워지면 대일 압력의 목소리를 높이던 그때의 '트럼프 후보'로 돌아갈 가능성이 항상 있다."
일본이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 후 첫 국빈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5일 전용기편으로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일본 땅을 밟은 뒤 28일까지 3박 4일간 머물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의 골프 회동, 일본 전통씨름인 스모(相撲) 관전, 나루히토 일왕 주최 궁중 만찬 참석 등 다채로운 일정을 소화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은 2017년 11월 이후 2번째지만 일본 정부는 이번 방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일본식 환대 문화인 '오모테나시'(お持て成し)의 전형을 보여주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일본 언론은 국빈 방문 일정은 길어야 2박 3일인데, 3박 4일이라는 일정 자체가 미·일 정상 간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일을 기획하고 전체 준비작업을 이끄는 인물은 세계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친한 정상이라는 얘기를 듣는 아베 총리 본인이다.
아베 총리는 오는 27일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는데, 이는 횟수로 따지면 11번째가 된다.
내달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지역(G20) 정상회의 때 또 만날 예정이어서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2년 반 동안 12차례나 대면 정상회담을 하는 셈이 된다.
이 때문에 일본 외무성 간부들은 '아베 총리가 말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귀를 기울인다'는 얘기를 자랑스럽게 할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드러내놓고 친밀감을 보이는 데는 트럼프의 취향에 맞는 응대 전략이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작년 가을경 나루히토 일왕 즉위 후의 첫 국빈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에서 어떻게 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을 좋게 할지에 초점을 맞춰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격투기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맞춤형 이벤트로 육중한 몸집의 선수들이 힘을 겨루는 스모 관전 아이디어를 아베 총리가 낸 것은 그런 배경에서였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작년 11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 이뤄진 양자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식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미국 전문가 말을 인용해 '트럼프 외교'는 모든 결정을 본인이 내리는 '마이크로 매니지먼트' 방식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과 취향을 분석해 대응하는 일본의 외교가 효과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트럼프 대통령과의 국빈 방일을 미·일 동맹의 공고함을 거듭 과시하는 이벤트로 띄우면서 많은 것을 겨냥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 등의 분석에 따르면 당헌 개정으로 연임 제한을 없애지 않는 한 집권 자민당 총재로 마지막 임기(2021년 9월까지)에 들어간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밀한 관계를 전후 일본 외교를 총결산하는 동력으로 활용하고 싶어 한다.
일본이 당면한 과제인 대중(對中) 관계 안정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 러시아와의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영유권 문제 등 다양한 현안을 푸는 데 트럼프 대통령의 측면 지원은 사실 필수적이다.
특히 북한 문제와 관련해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카드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와 회담할 때마다 일본인들이 중요한 이슈로 여기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가진 2차례 회담 때 연거푸 이 문제를 제기토록 함으로써 일본 국내에서는 아베 총리가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는 국내에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배경으로 활용된다.
또 끈끈한 정상외교를 통한 미·일 동맹 강화는 보수층 유권자들의 지지 강화로 연결되는 요인이기 때문에 집권당 총재로서 오는 7월의 참의원 선거를 앞둔 아베 총리에게 플러스 요인이 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아베와 트럼프의 밀월 관계가 한순간에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미국과 일본이 국가 경제적 이익을 다투는 분야가 불화가 싹틀 수 있는 영역으로 꼽힌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친구'라고 부르는 국가 지도자는 아베 총리 말고도 적지 않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는 항상 경의를 표시했고, 심지어 북한의 김 위원장을 상대로는 "사랑에 빠졌다"고 말한 적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국이나 북한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불사하고 혹독한 경제 제재를 부과하거나 군사적 압력을 강화해 온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였다.
미국의 동맹국인 터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트럼프 정권에서는 정상끼리의 관계가 양국 관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사례가 더 많다는 것이다.
마이니치는 2020년 미국 대선이 가까워지면 예전의 '트럼프 후보'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밀월 시대를 구가하고 있는 미일 관계가 '나쁜 뉴스'가 나오는 분위기로 급격히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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