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40년 재생에너지 목표치 여전히 유럽 절반 수준"

입력 2019-05-16 11:55
"한국 2040년 재생에너지 목표치 여전히 유럽 절반 수준"

에너지전환포럼 간담회…"전기요금 인상 논의 필요"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정부가 3차 에너지기본계획안(에기본안)에서 제시한 204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치가 여전히 유럽 국가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에너지전환포럼은 16일 서울 종로구 패스트파이브에서 개최한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본 한국 에너지전환의 현주소: 진단과 대안' 기자간담회에서 "3차 에기본안에서 제시한 재생에너지 비중은 미국 주요 주(州)나 유럽 국가에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19일 내놓은 3차 에기본안에서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35%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5%이다.

정부는 이 같은 계획을 내놓으면서 '도전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포럼은 "2040∼2050년 미국 주요 주와 유럽 국가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70∼100%로 추정된다"며 "한국도 에너지전환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유럽 등에 비해 더딘 한국의 에너지전환 속도는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와 같은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벤츠, 애플 등 글로벌 업체들은 본사나 자체 공장은 물론 공급업체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포럼 이사인 한병화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위원은 "한국전력[015760]이 독점하는 한국의 전력산업구조 특성상 한국 기업은 원하는 만큼 재생에너지를 얻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에너지전환이 늦어지면 제조업 위기로 벌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포럼은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만큼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홍종호 포럼 상임공동대표 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발표에서 국제에너지기구(IEA)를 인용해 한국의 에너지 사용량 세계 8위 수준에 이르는 에너지 다소비 국가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에너지 집약도는 1천달러 당 0.16toe(toe·에너지를 원유의 t으로 환산한 단위)로 세계경제협력기구(OECD) 0.08toe의 2배 수준이다.

에너지 집약도는 국내총생산(GDP) 1천달러 생산을 위해 투입되는 에너지의 양을 말한다. 에너지 효율성이 높아질수록, 국민경제에서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비중이 작을수록, 같은 산업 내에서도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수록 낮아진다.

포럼 이사인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상업용 건물 등에서 불필요한 과도한 에너지 소비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다소비 문제는 전기요금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포럼을 포함해 일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에너지 소비량 절감과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서는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근 한전이 1분기 기준 최악의 실적을 내면서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한층 더 커졌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전기요금은 일종의 '세금'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올려 국민 부담을 가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발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4일 한전 실적발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기요금은 모든 국민에게 부담이 가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전기요금 개편을 논의 중이며 상반기 중 결론을 낼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10.9% 전기요금 인상을 전망했다.

포럼 측은 온실가스 로드맵에서 제시한 3천400만t 추가 감축 이행 등을 위해서는 여기에 약 13%를 더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 인상률은 2% 수준이다.

홍 교수는 "전기요금 인상 문제는 지난하고 쉽지 않은 작업이기에 어떤 정부든 에너지요금을 올리는 것을 꺼린다"며 "하지만 전기요금 체계는 바꿔야 하고 결국 정부가 총대를 메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에너지전환에 뜻을 같이하는 각계 전문가와, 시민사회, 산업계, 정치권 인사들이 결성한 국내 첫 에너지전환 분야 오픈 플랫폼이다.

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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