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야권 대선후보 "개표결과 인정 못 해"…대선 불복 공식화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지난달 17일 치러진 인도네시아 대선에서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대통령의 승리가 확실시되자 야권 대선후보가 개표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며 불복 의사를 밝혔다.
15일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야권 대선후보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당) 총재는 전날 자카르타 시내에서 열린 정치행사에서 "거짓된 최종 (개표) 결과를 거부하겠다는 게 내 입장이란 점을 명백히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조코위 대통령의 승리를 위해 "조직적으로 대규모 부정행위"가 저질러졌다면서 "선거관리위원회(KPU)가 정직하고 공정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아직 버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KPU의 실시간 개표 집계는 15일 오전 8시 45분(현지시간) 현재 82.38%가 진행된 가운데 조코위 대통령이 56.24%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라보워 후보의 득표율은 43.76%에 그쳤다.
그러나, 프라보워 후보는 개표결과가 조작됐다면서 실제로는 자신이 더 많은 표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전국 81만개 투표소의 절반(54.91%)가량을 대상으로 개표결과를 자체 집계한 결과 자신이 54.24%를 얻어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야권 대선 캠프는 이를 위해 후보별 득표 집계표 140만장을 수집해 분석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자료 수집 및 분석 방법은 공개하지 않았다.
야권은 이에 더해 KPU의 실시간 개표 집계 과정에서 7만3천건 이상의 입력 오류가 발생한 정황이 있다고 선거감독위원회(Bawaslu)에 신고했다.
일부 지지단체는 프라보워 후보가 59%를 득표했다는 자체 조사결과를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등 여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이번 총·대선 전후 450여명에 이르는 투표관리원(KPPS)이 사고를 당하거나 건강 이상 증세를 보이다 숨진 것도 부정선거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투표관리원들이 독살됐다는 음모론을 퍼뜨리는 이들도 있다.
인도네시아 국민의 반응은 대체로 싸늘한 편이다.
인도네시아여론조사협회(Persepi)의 유나르토 위자야 사무총장은 "전체의 50%를 간신히 넘는 자료를 가지고 어떻게 다른 자료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야권을 비판했다.
KPU도 프라보워 후보에게 수집한 자료를 모두 공개해 진위를 따져볼 것을 제안했다.
KPU의 하심 아샤리 국장은 "(양측 후보 진영) 증인이 참석하는 집계분석 포럼이 있는 만큼 후보자들과 정당, 선거 참여자들이 지닌 자료들을 직접 대조·검토할 수 있다"면서 "의혹이 있다면 언제든 우리는 확인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KPU는 이달 22일 대선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결과에 대한 이의는 23일부터 제기할 수 있다.
프라보워 후보는 2014년 대선에서 조코위 당시 투쟁민주당(PDI-P) 후보에게 6.2%포인트 차로 패했을 때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현지에선 KPU의 대선 결과 발표 전후 주요 도시에서 야권 지지자들에 의한 대규모 집회나 소요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프라보워 후보는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기 위해 전날 오후 자택에서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유언장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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