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 봤다' 허위 신고로 도박사이트 운영자 갈취

입력 2019-05-15 11:24
'보이스피싱 피해 봤다' 허위 신고로 도박사이트 운영자 갈취

도박사이트 계좌 정지시킨 뒤 "돈 보내라" 협박 20대 집유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불법 도박사이트 계좌를 보이스피싱 관련 계좌로 허위신고한 뒤 계좌 정지를 풀어주는 대가로 사이트 운영자에게 돈을 받아낸 20대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단독 권덕진 부장판사는 공갈·위계공무집행방해·전자금융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26)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양씨는 2016년 12월과 2017년 2월 지인들과 공모해 마치 보이스피싱 피해를 본 것처럼 카카오톡 대화창을 조작한 뒤 경찰에 허위 신고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경찰서에서 발급한 확인서를 은행에 제출해 불법 도박사이트 도박자금 계좌를 정지한 다음 사이트 운영자와 접촉해 계좌를 풀어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했다.

양씨와 공모해 범죄에 가담한 김모씨는 계좌를 정지한 뒤 불법 사이트 운영자 A씨에게 전화해 "통장 안 되시죠? 저희가 일 본 거니까(조치했으니) 원만하게 하시죠"라며 겁을 줬고, 이에 A씨는 퀵서비스로 현금 200만원을 보냈다.

재판부는 이들이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의 경우 도박 자금을 거래하는 용도로 쓰이는 대포통장이 지급정지가 되더라도 운영자들이 수사기관에 피해 신고를 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했다"며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봤다.

그러나 "양씨 등이 보이스피싱으로 허위신고한 계좌는 대포통장 계좌로, 이를 지급정지했더라도 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라며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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