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공장 지어 14일부터 제품 양산인데 폭발 사고라니요"
4명 사상 제천 OLED 중간체 업체 '한숨'…"모 대기업 공장 빌려 사용 중 사고"
(제천=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1주일 전 신축 공장 조건부 가동 허가를 받아 내일부터 (제품을) 양산하고, 가장 중요한 고객도 내일 회사로 오게 돼 있었어요"
13일 폭발 사고로 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왕암동의 한 제조업체 대표 A씨는 건물 한쪽에서 연신 담배를 피워물었다.
이 회사는 휴대전화 액정화면 등에 사용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중간체 등을 생산하는 화학업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신축 공장 1층 작업실에 설치된 반응기를 시험 가동하던 중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과 함께 불이 나 1명이 숨지고, 3명이 화상을 입고 화상 전문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모 대기업이 협력 관계인 이 업체에 사용료를 내고 작업을 하던 중에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는 사고 발생 업체 직원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가 어느 정도 수습된 뒤 이 업체의 안타까운 사정이 전해졌다.
1주일 전에 밀폐형 여과 장치를 5개월 이내에 설치하는 것을 전제로 조건부 허가를 받아 오는 14일부터 신축 공장을 가동하려 했는데 하루 전에 큰 폭발 사고가 난 것이다.
회사 측은 신축 공장 건설을 위해 금융권에서 40억원을 빌리고, 주주들로부터도 30억원을 증자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에서 2014년 법인을 설립한 뒤 땅값이 저렴한 산업단지를 찾다가 제천에 둥지를 틀고 공장을 지어 가동했다.
A 대표는 "기술력을 인정받은 뒤 회사를 더 키우기로 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 자금을 마련, 공장을 지었는데 돈을 벌기 시작해야 할 시점에 사고가 났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모 대기업은 반응기가 필요해 우리 공장을 3~4차례 빌려 사용했다"며 "우리는 기술 내용을 모르고, 따라서 사고 원인도 알 수 없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모 대기업과 이 업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jc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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