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51% "김정은정권과 대화·타협 추구해야"…통일硏 조사
지난달 5~25일 성인 1천3명 대면조사…'金정권과 대화가능' 34%로 2년 연속↑
응답자 45.4% "인도적 지원 지속해야"…반대는 26.3%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북한을 적이 아닌 대화와 협력 상대로 보는 시각이 확산했지만, 통일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줄었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남북 대화로 북한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지만, 최근 남북관계 개선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통일에 대한 기대가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일연구원(KINU)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5∼25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천3명을 대면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KINU 통일의식조사 2019' 결과(표집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를 13일 공개했다.
◇대(對) 북한 인식 2년 연속 개선…핵무기 포기 의지는 '의심'
주요 결과를 보면 '김정은 정권이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상대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 혹은 '다소 그렇다'는 응답의 합계가 2017년 8.8%, 2018년 26.6%, 2019년 33.5%로 2년 연속 상승했다.
'전혀 그렇지 않다' 또는 '다소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2017년 76.3%, 2018년 48.0%, 2019년 39.2%로 대화가 가능하다는 응답보다 여전히 높지만,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위 질문과 관계없이 '현재 김정은 정권과 대화와 타협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51.4%로 절반을 넘었다. 2016년 이 문항을 조사에 포함한 이래 처음으로 50%를 상회했다.
'북한은 적화 통일을 원하고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비율이 37.6%로, 동의한다(28.7%)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응답자의 47%는 '북한도 남한과의 갈등보다 평화를 더 원하고 있다'는데 동의했고, 14.1%만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40%는 중립적 입장이었다.
연구원은 "2018년부터 일관되게 유지해 온 대북정책과 남북관계의 진전이 북한에 대한 국민 인식을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쪽에서 긍정적인 쪽으로 이동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응답자의 72.4%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경제제재를 강화하면 북한은 결국 핵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에는 28.7%만 동의하고, 42.6%가 동의하지 않았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은 외교적 수단일 뿐, 정말 남한을 공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의견에는 41.3%가 동의하고 14.3%가 동의하지 않았다.
◇ "대북지원 필요하지만, 통일보다는 한국경제가 중요"
'정치·군사적 대결상태에서도 북한과 경제 교류·협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64.3%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긍정적인 답변이 지난해보다 2.4%포인트 늘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긍정 의견이 각각 60%, 62.7%로 부정적(19.2%·16.8%) 의견보다 많았다.
그러나 '남한이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북한이 현재의 경제적 난국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라는 의견에는 60%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응답자의 65%는 '국제공조를 통해 북한에 대한 제재를 확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데 찬성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45.4%로 지난해 대비 4.6%포인트 늘었고,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부정적 응답은 26.3%로 작년(26.7%)과 비슷했다.
'통일문제'와 '경제문제' 중 하나를 선택해 해결해야 한다면 경제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자가 70.5%로 통일(8.3%)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전망이 뚜렷했던 2018년에는 통일(12.8%)을 선택한 비율이 2017년보다 높아지고 경제(60.7%)가 낮아졌는데 올해에는 다시 2017년(통일 우선 5.7%, 경제 우선 68.9%)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왔다.
연구원은 "통일은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이제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성취해야 하는 절대적 목표가 아니다"라며 "개개인에게 통일이 왜 중요한지를 설득할 수 있는 새로운 담론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통일 필요" 응답 다시 하락…젊을수록 "통일 대신 평화공존"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2017년 57.8%, 2018년 70.7%, 2019년 65.6%다.
남북 대화가 활발히 진행된 지난해에 급격히 늘었다가, 올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 비핵화와 평화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감소한 것으로 연구원은 추정했다.
연구원은 "2018년 초에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본격적인 남북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었던 것이 2018년 통계에 반영된 것을 감안하면, 통일 필요성 인식이 저하된 것이 아니라 평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남북한이 전쟁 없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통일은 필요 없다'는 의견에 동의한 비율은 2017년 46.0%, 2018년 48.6%, 2019년 49.5%로 증가세다.
통일보다 평화공존을 선호한 비율은 2018년 16.2%에서 2019년 20.8%로 증가했는데 특히 20대는 2017년 이후 40% 안팎의 비율로 통일보다 평화공존을 선호했다.
'남북이 한민족이라고 해서 반드시 하나의 국가를 이룰 필요는 없다'는 의견에는 41.4%가 동의하고, 26.7%가 동의하지 않았다.
통일해야 하는 이유로 민족주의 요소가 이제는 대부분 국민에게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그렇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정부의 통일 및 대북 정책 운용에 대해서는 지난해 69.5%가 '잘하고 있다'고 답했으나, 올해에는 그 비율이 42.3%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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