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박찬주 前대장 '갑질 무혐의' 규탄…항고"

입력 2019-05-09 12:04
군인권센터 "박찬주 前대장 '갑질 무혐의' 규탄…항고"

"불기소 이유서, 박 전 대장 변론요지서와 다름없어"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시민단체 군인권센터(이하 센터)는 검찰이 박찬주(60) 전 육군 대장의 이른바 '공관병 갑질' 혐의에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과 관련해 "4성 장군이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공관병에게 의무가 없는 일을 하게 했는데도 죄가 되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센터는 9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의 불기소 이유서를 공개하고 검찰에 항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센터는 "검찰은 참고인 진술을 통해 확인된 박 전 대장 '갑질'의 법리를 따져봤을 때 직권남용, 강요, 가혹 행위 어느 것에도 해당할 수 없다는 논리를 들었다"며 "갑질 피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박 전 대장의 갑질이 제2작전사령관, 육군참모차장 등의 직무에 속하지 않아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했다"면서 "검찰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 입장에서 직무 범위를 따져 직권남용 성립 여부를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직권남용 법리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공관병들은 박 전 대장의 지시 때문에 직무와 관계없는 일을 한 것이고, 이는 강요에 해당한다"며 "검찰은 박 전 대장이 폭력을 쓰거나 협박을 한 것이 아니라 강요죄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군형법상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가하는 가혹 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검찰의 관점은 일반 국민의 상식과는 동떨어진 관점"이라며 "가해자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검찰이 시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갑질에 스트레스를 못 이겨 자살 시도를 한 피해자가 '15세 때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 있다'는 진술을 했다는 이유로 검찰은 자살 시도와 갑질의 연관성에 대해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며 "우울증을 앓는다고 해 아무 때나 자살 시도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폭행에 대해 처벌을 원하지 않거나 모욕에 대해 직접 고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며 "피해자들은 장기간 수사에 질려버려 처벌불원을 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밖에 박 전 장관이 공관 모과나무에 달린 모과로 모과청을 만들게 한 의혹, 부대 잔디를 가져다 공관에 골프장을 만든 의혹 등에 대한 '혐의없음' 결정도 비판했다.

센터는 "불기소 이유서는 박 전 대장의 변론요지서나 다름이 없다"며 "직권남용의 한정적 해석으로 갑질을 저질러도 직권남용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전 대장의 국립묘지 안장과 연금 수령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를 법정에 세워 갑질 행위에 대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진행하고, 다음주 검찰에 항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2013∼2017년 공관병에게 전자팔찌를 채우고 텃밭 관리를 시키는 등 가혹한 지시를 일삼은 혐의로 박 전 대장을 수사했고, 지난달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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