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도에 귤나무 있었으면'…섬마을 소년 꿈 이뤘다

입력 2019-04-29 11:00
'가파도에 귤나무 있었으면'…섬마을 소년 꿈 이뤘다

가파초 최범준 군 지은 동시에 농진청 감귤나무 선물



(세종=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가파도에 감귤을 심으면 귤을 실컷 먹을 수 있을까…바당(바다) 귤 맛 나면 어쩌지?"

마을에 귤나무가 있었으면 좋겠다던 한 섬마을 소년의 순박한 꿈이 현실이 됐다. 고사리손으로 한 글자 한 글자 눌러쓴 소년의 천진한 동시 한 편 덕분이다.

29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사연의 주인공은 제주도 남서쪽 가파도에 사는 가파초등학교 6학년 최범준 군이다.

가파초는 1922년 4월 개교한 이래 현재 3개 학급에 총 9명의 학생이 재학 중인 작은 학교다.

최 군은 지난해 농진청 감귤연구소가 진행한 농업 진로 교육에서 가파도에 귤나무가 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시를 만들어 전달했다.

'바당귤맛 나면 어쩌지?'란 제목의 이 시는 가파도는 바다가 땅보다 넓어 귤에서도 바다 맛이 날 것 같다는 소년의 순수한 상상이 돋보인다.

소년의 바람에서 엿볼 수 있듯이 현재 가파도에는 감귤밭이 없다. 바닷바람이 거세 나무가 자라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농진청 감귤연구소 직원들은 최 군의 시를 받고 그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가파초 교정 주변에 우리나라에서 육성한 '하례조생'·'탐나는봉'·'미니향' 등 3∼5년생 감귤 5품종, 총 15그루를 심어 작은 귤밭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거센 바람으로부터 나무를 보호하도록 바람막이 시설도 함께 만들기로 했다.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현재욱 감귤연구소장은 "이번 국내 육성 감귤나무 심기 행사를 계기로 섬이나 산간 학교에서 우리 농업의 가치를 알리는 기회가 늘어나기를 기대한다"며 "가파초 어린이들이 커가는 감귤나무를 보며 작은 섬에서도 큰 꿈을 지니고 자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용석 가파초 교장은 "선물 받은 나무로 학생들이 감귤 품종을 더 잘 알 수 있게 됐고, 영그는 감귤처럼 아이들의 꿈도 함께 자랄 수 있게 됐다"며 "최 군을 비롯해 전교생에게 뜻깊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ts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