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그룹 차원서 증거인멸 지시 정황
자회사 에피스 임직원 2명 내일 구속 여부 결정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 임직원들의 증거인멸을 그룹 수뇌부가 지시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증거인멸을 지시한 주체와 지시 전달 경로가 분식회계를 둘러싼 의사결정 구조를 밝힐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증거인멸 실무를 책임진 에피스 임직원들의 신병을 확보해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에피스 직원들의 업무용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에서 삭제된 문서를 일부 복구해 분석한 결과 옛 미래전략실 인사들이 증거인멸을 지시한 흔적을 확인한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에피스 경영지원실장 양모씨와 부장 이모씨는 2017년 모회사 삼성바이오에 대한 금융감독원 특별감리와 이후 검찰 수사에 대비해 관련 회계자료와 내부 보고서 가운데 문제가 될 만한 기록을 삭제하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에피스는 직원 수십 명의 노트북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뜻하는 'JY'나 '합병', '미전실' 등 단어를 검색해 문건을 삭제하는가 하면 일부 회계자료는 아예 새로 작성해 위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에피스가 과거 금융당국에 제출한 회계자료와 지난해 12월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가 서로 다른 사실을 확인하고 증거인멸 혐의 추적에 나섰다. 양씨 등 에피스 임직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상당 부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에피스가 윗선 지시 없이 자체 판단만으로 분식회계 증거를 없앴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문제가 된 분식회계 의혹은 모회사 삼성바이오가 회계처리 기준을 자의적으로 변경해 자회사 에피스의 가치를 부풀렸다는 내용이어서 에피스는 처벌대상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미전실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은 지난해 금융당국이 제보받은 삼성바이오 내부 문건에도 드러나 있다.
문건을 보면 삼성바이오는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기 직전인 2015년 12월 미국 바이오젠사와 맺은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평가와 관련한 회의 안건을 미전실에 이메일로 보고했다. 2012년 에피스 설립 당시 합작사인 바이오젠과의 콜옵션을 회계에 반영하면 1조8천억원의 부채가 발생해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삼성바이오는 ▲ 콜옵션 조항 수정 ▲ 에피스 회계처리 기준 변경 ▲ 콜옵션 평가손실 최소화 등 세 가지 방안을 보고했고 일주일 뒤 두 번째 방안을 확정했다.
삼성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한 미전실은 2017년 2월 공식적으로 해체됐다. 미전실 핵심 인사들은 삼성전자 '사업지원 TF'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양씨 등 에피스 임직원 2명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윗선의 구체적 개입 경로를 규명할 방침이다. 양씨 등의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29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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