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참모들에도 "기자단 연례만찬 가지마라" 금지령
100년 백악관 전통 3년 연속 불참 기록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7일(현지시간) 열리는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에 참석하지 말라고 백악관 및 정부 관계자들에게 '금지령'을 내렸다. 본인이 불참하기로 일찌감치 '공표'한데 이어 참모들까지도 '동반 불참'을 지시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23일(현지시간) 백악관 참모 및 행정부 관계자들에게 이러한 내용의 지침이 이날 오전 하달됐다고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까지 연례 만찬에 가지 못하도록 할지를 놓고 그동안 결정을 내리지 못했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이날 갑작스레 이러한 결정이 내려지자 이미 초대에 응하기로 했던 참모 및 행정부 관계자들이 허둥지둥하는 장면이 연출됐다고 한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들까지 가지 못하도록 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채 참석 의사를 통보했다는 것이다.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은 1924년 캘빈 쿨리지 당시 대통령이 참석한 이래 100년 가까이 이어져 오며 매년 대통령과 언론 간 소통 창구 역할을 해온 유서 깊은 행사이다. '트럼프 시대' 이전에 이 연례 만찬에 현직 대통령이 불참한 건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이 피격 사건으로 수술에서 회복하느라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한 경우가 유일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과 지난해에 이어 이번까지 3년 연속 이 행사에 불참하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주류 언론을 '가짜뉴스', '국민의 적'이라고 적대시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신 위스콘신주 그린베이를 방문, 대규모 정치유세를 통해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는 마이웨이 행보를 보이며 맞불을 놓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과 2018년 연례 만찬 때에도 정치유세를 열기 위해 워싱턴DC를 떠나 있었다.
현직 대통령이 정치적 농담을 곁들인 연설을 하는 것이 이 행사의 특징이며, 정치인과 할리우드·스포츠 스타 등 각계 명사들도 초청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과거 게스트로 참석했다.
지난해 연례 만찬에서는 당시 코미디언인 미셸 울프가 면전에서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을 원색적으로 조롱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출입기자단은 올해에는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는 유명 전기 작가인 론 처노에게 게스트 연설을 맡긴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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