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문대통령 통해 김정은에게 보내는 트럼프 메시지 주목한다

입력 2019-04-21 11:59
수정 2019-04-22 07:06
[연합시론] 문대통령 통해 김정은에게 보내는 트럼프 메시지 주목한다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낼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건넬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갖고 있다. 이 메시지에는 3차 북미 정상회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메시지의 존재 여부와 내용은 사실 지난 11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때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당시 한미정상회담은 북미 비핵화 협상에 돌파구를 열기 위해 한국 정부가 제시한 중재안을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성공하지 못한 회담이 아니었냐는 관측을 낳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북미 협상 타개책이 될 만한 메시지를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공식화해 그런 분석을 뒷받침했다. 그런 메시지 없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비핵화 협상이 오래 공전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매우 중요하다. 이 메시지가 협상 교착을 타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북한, 미국은 물론 동북아 평화를 바라는 국제사회의 관심이 이 메시지에 쏠리는 이유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의 메시지를 갖고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 문 대통령이 이를 전달하고 논의하기 위한 4차 남북정상회담이 조속히 열려 비핵화 협상 동력을 이어가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데 현재로선 4차 남북정상회담 전망은 밝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정부는 4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진전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추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지난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넘어서는 결실을 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대북 특사도 파견하려고 한다. 문제는 북한이 한국의 이런 입장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한국 정부에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고 '당사자'가 되라고 비난하는 형국이다. 남북이 특사 파견을 놓고 물밑 접촉 중이라는 얘기도 들리지 않는다.

하노이 회담 후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기 싸움에 동요할 것까지는 없다. 다만, 그런 주도권 다툼 때문에 비핵화 협상이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남·북·미는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 북한은 미국 측 비핵화 협상 상대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난하는가 하면 신형전술유도무기 시험을 하는 등 저강도 압박 행보를 하고 있다. 북한은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하지 말고 남북정상회담에 나서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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