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뱅 이어 카뱅도…은산분리 완화해도 대주주 심사 '복병'
"5년내 공정거래법 등 위반 드러나면 부적격"…조건 까다로워
KT, 공정위 조사로 심사중단…카카오도 심사 길어질 듯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김연숙 기자 = 금융혁신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제한) 규제 완화가 대주주(한도초과보유주주) 적격성 심사라는 문턱에 걸려 기로에 섰다.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에 케이뱅크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됐고 카카오뱅크 역시 심사가 지연되는 모습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1·2호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모두 대주주 적격성 심사로 진통을 겪고 있다.
KT가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되겠다며 적격성 심사를 신청한 데 대해 금융위원회는 심사절차를 중단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KT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게 이유다. KT는 정부 입찰에 담합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KT가 2014년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 정치권과 군·경, 공무원 출신 등에게 고액의 자문료를 주며 로비에 활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최근 수사에 착수한 것도 악재다.
애초 KT는 오는 25일 5천900억원 규모의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34%로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이런 계획은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를 전제로 한 것이었지만, 공정위 조사 사실이 드러나면서 심사 자체가 중단돼 버렸다.
KT는 2017년 케이뱅크 출범을 주도했지만, 은산분리 규정 때문에 10% 이상의 지분(보통주 기준)을 확보할 수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국회가 인터넷은행 특례법을 개정, 올해 1월부터 산업자본이라도 정보통신기술(ICT) 자산 비중이 50%가 넘는 기업은 인터넷은행 지분을 최대 34%까지 가질 수 있게 됐다.
법 개정 이전에 설립된 케이뱅크가 이 혜택을 받으려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는 관문을 넘어야 하는데, 규정이 까다롭다.
대주주는 최근 5년간 부실금융기관의 최대주주가 아니고 금융 관련 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다만 형사처분 사실이 있더라도 금융당국이 경미한 사례로 판단한다면 대주주가 될 수 있다.
다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지난 4일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지만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에 고전하고 있다.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은 당국에 계열사 현황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벌금형에 약속 기소돼 정식 재판을 받고 있다.
당시 카카오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돼 모든 계열사의 공시 의무를 졌으나, 엔플루토·플러스투퍼센트·골프와친구·모두다·디엠티씨 등 5곳의 공시를 누락했다.
이처럼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모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금융권에서는 은산분리라는 규제를 풀고 보니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는 또 다른 산을 만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ICT 기업의 '디지털 DNA'를 결합, 인터넷은행을 활성화해 경직된 금융시장의 판을 흔들 '메기'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특례법을 개정했는데, 제대로 등판조차 못 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특례법 개정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규제 완화의 효과도 누리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과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KT는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현 상황이 장기화하거나 최악의 경우 케이뱅크의 대주주로 올라서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일단 유상증자에 비상이 걸린 케이뱅크는 플랜B 마련에 나섰다. 유상증자 분할 시행, 신규 투자사 영입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심사 윤곽이 나오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대적으로 사안이 경미해 심사 결과를 낙관하는 분위기가 좀 더 많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을 통한 기술혁신에 대한 의지는 강하지만 은행산업이 금융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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