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진짜 폐지해야"…장애인단체 1박 2일 투쟁
'장애인의 날' 앞두고 규탄 결의대회…"함께 살아갈 세상 만들어달라"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장애인단체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단체가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문재인 정부의 장애등급제 폐지는 '가짜' 폐지"라고 주장하며 1박 2일간 집중 투쟁에 나섰다.
장애·인권·노동·사회 분야 13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공투단)은 이날 오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공투단은 "국내에 장애등급제가 도입된 지 31년 만에 폐지된다고 하지만 우리 장애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방향과 거리가 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장애인들은 여전히 '감옥'이라 불리는 거주시설에 살아야 하고, 장애 문제는 '가족의 책임'이라는 이유로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투단은 올해 7월로 예정된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를 앞두고 정부가 장애인의 환경, 필요한 욕구를 반영하겠다며 도입한 '서비스 지원 종합 조사'에 대해서도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지난 15일 공개된 조사표를 보면 기존 장애등급제와 동일하게 '의학적 관점'에 입각한 기능 제한 수준만을 평가할 뿐, 당사자의 필요와 욕구가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8년 한국 정부가 비준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의 국내 이행 상황을 담은 보고서가 지난달 유엔에 제출됐지만, 문재인 정부는 보고서를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장애인이 실제 겪는 현실과 다른 내용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4분의 1에 불과한 장애인 복지 예산을 확대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마련하는 등 실질적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투단은 정부가 시행하는 장애등급제 폐지 노력은 '가짜', '허위'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이를 중단하라는 의미의 '장례식'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들은 '장애등급제 가짜 폐지', '가짜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국가보고서 허위보고서'라고 쓰인 검은 현수막을 관에 담는 입관식을 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유언장'을 낭독하며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명령 1호로 장애등급제를 폐지한다고 약속했지만 '가짜'로 진행되고 있다"며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공투단은 장애인 거주시설이나 장애인의 권익 증진을 위해 활동하다 숨진 장애인 10여명의 영정 사진과 함께 세종로 사거리를 거쳐 대학로까지 행진했다.
행진을 끝낸 이들은 이날 오후 7시 30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리는 '제17회 서울 장애인 인권 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다.
영화제는 장애인이 현실에서 겪는 문제의 실상을 알리고 비장애인들의 인식을 전환하고자 장애인의 삶을 주제로, 당사자들이 직접 제작한 영화들을 다룬다.
이후 공투단은 '420 장애인 차별 철폐 투쟁 문화제'를 연 뒤, 인근에서 1박 2일 노숙 투쟁을 할 예정이다.
공투단은 '장애인의 날' 당일인 20일에도 마로니에 공원에서 투쟁 결의대회를 열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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