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경제 붕괴론 유포 의도"…에르도안, 서방 언론 비난
'보유외환 급증 배경은 단기부채' 보도에 날선 반응
에르도안 "터키가 난민 400만 수용한 건 알고 있나?" 역공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서방 언론의 비관적 터키 경제 보도에 불만을 터뜨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앙카라에서 열린 무역분야 행사에서 "불행히도 서방의 어떤 무리가 언론을 수단으로 활용해 우리 경제가 무너졌다고 얘기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쓰고, 원하는 대로 제목을 뽑게 내버려 두라"고 말해 외신이 터키 경제의 현실을 왜곡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번에 에르도안 대통령을 자극한 '서방 언론'은 '파이낸셜 타임스'(FT)다.
앞서 17일 FT와 블룸버그통신 등은 터키의 보유외환이 지난달 터키리라화 급락 후 크게 늘었지만, 이는 단기 스와프 거래, 즉 단기 부채로 만들어진 수치라고 보도했다.
터키 중앙은행이 발표한 이달 5일 기준 보유외환 280억달러 가운데 120억달러가 시중 은행으로부터 빌린 단기 달러 자금이라는 것이다.
중앙은행은 빌린 달러가 보유외환에 포함됐고, 상환 의무는 '장부 외 거래'(대차대조표에 드러나지 않는 거래)로 처리했다고 인정했다.
외신은 터키 당국이 시장 불안을 잠재우고 리라화를 방어하려고 채택한 불투명한 조처가 시장의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는 반응을 소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파이낸셜타임스가 이런 얘기를 썼지만, 이 나라의 상황은 분명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서방을 공격할 때마다 자주 거론하는 난민 문제를 꺼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파이낸셜타임스, 난민 400만명을 수용한 터키에 대해 뭘 알고 있나? 너희 나라에는 난민이 몇명이나 되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FT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소유한 영국 매체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은 터키 경제가 비관론자들의 인식 만큼 취약하지 않다는 의미인 동시에 터키 경제 위기는 난민 사태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는 경고로도 읽힌다.
한편 터키 보유외환에 대한 불신이 다시 불거진 이날 리라화 가치는 장중 한때 2% 가까이 하락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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