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서울·경기와 '쓰레기 동맹'…환경부에 공세
"신규 쓰레기 매립지 조성사업, 환경부가 주도해야"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인천시가 2025년 이후 수도권 쓰레기를 처리할 대체매립지 조성을 위해 서울시·경기도와 손을 잡고 환경부에 포문을 열었다.
허종식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서울 정무부시장,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수차례 만남을 갖고, 대체매립지 조성을 위해서는 환경부가 주도하고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를 정부에 공동으로 촉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현재 인천시 서구 백석동 수도권매립지의 기능을 이어갈 대체 매립지를 찾기 위해 서울·경기와 연대를 강화하며 환경부를 대상으로 전선을 명확하게 정리하는 형국이다.
이는 수도권 3개 시·도가 쓰레기 매립지 사용 기간을 놓고 대립과 반목을 반복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서울 난지도매립장 사용 종료와 함께 1992년부터 쓰레기를 받아온 현 수도권매립지는 2025년께 문을 닫게 돼 후속 대체 매립지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추가 매립장을 조성하려면 최소 7년 정도가 필요한데 입지 선정, 주민 동의 절차를 고려할 때 지금 당장 매립장 기반공사를 시작해도 2025년 대체 매립지를 개장하는 데에는 늦은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인천이다.
대체 매립지를 구하지 못하면 불가피하게 현재 매립지를 더 사용해야 할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인천시는 4년 전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현재 매립지는 원래 2016년 말 사용 종료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체매립지를 구하지 못한 탓에 약 2025년까지 더 사용하기로 환경부·서울시·인천시·경기도 등 '매립지 4자 협의체'가 2015년 합의했다.
대신 인천시는 매립지의 매립면허권과 토지소유권을 서울시와 환경부로부터 이양받기로 하고 폐기물 반입 수수료의 50% 가산금을 인천시 회계로 전입하는 등 경제적 실리를 챙겼지만 현 매립지는 2025년까지만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천명했다.
인천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규 대체 매립지 조성사업을 환경부가 주도해야 하는 이유를 다양하게 제시했다.
환경부는 쓰레기 처리 업무가 지방자치단체 소관 업무이기 때문에 정부 주관으로 대체 매립지 조성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인천시는 1980년대 후반 현 매립지 조성사업을 추진한 것은 환경부(당시 환경청)였다며 국가 주도로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폐기물관리법 5조 1항도 둘 이상의 시·도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광역으로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면 환경부가 폐기물 처리시설을 단독 또는 공동으로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환경부가 대체매립지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인천시는 강조했다.
특히 대체 매립지는 생활폐기물보다는 사업장폐기물 처리 비중이 높은 시설이라는 점도 환경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로 꼽혔다. 현행법상 생활폐기물 처리는 기초지자체 책임이지만, 사업장폐기물은 배출자에게 처리 책임이 있고 국가는 사업장폐기물이 적합하게 처리되도록 처리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작년 수도권매립지 반입량을 보면 전체 374만t 중 생활폐기물은 77만t(21%)에 불과하고 나머지 297만t(79%)은 사업장폐기물이었다.
인천시는 전체 쓰레기 반입량 중 서울·경기 쓰레기 비중이 훨씬 큰데도 현재 쓰레기매립지가 인천에 있다는 이유로 서울·경기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에도 불만이 많다.
작년 전체 반입량 중 서울 쓰레기는 42%, 경기 쓰레기는 39%를 차지했고 인천 쓰레기는 19%에 불과했다.
인천시는 정부가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 사업 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주민 갈등을 조정한 사례를 들며, 이번 대체매립지 사업에도 사업비의 20%에 이르는 2천500억원 이상의 특별지원금을 걸고 매립지 유치 지역을 공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허종식 부시장은 "30여년간 고통받은 인천시민에게 더 이상의 고통과 피해를 강요할 수 없다"며 "청와대·환경부·서울시·경기도 등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현재 매립지 사용 종료를 앞당길 수 있도록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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