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에서 무슨 일이?"…환자단체 'CCTV 설치' 1인시위 100일

입력 2019-04-18 11:16
수정 2019-04-18 13:26
"수술실에서 무슨 일이?"…환자단체 'CCTV 설치' 1인시위 100일

"무자격자 대리수술·의료사고 은폐 잇따라…행정처분 공개해야"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병원에서 무자격자 대리수술, 의료사고 은폐 의혹 등이 잇따르자 환자들이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8일 그동안 국회 앞에서 벌여온 릴레이 1인시위 100일을 맞아 '수술실 환자 안전과 인권을 위한 CCTV 설치 법제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수술실은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돼 있고 전신마취로 환자가 의식을 잃게 되면 그 안에서 발생한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며 "무자격자 대리수술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공범 관계이기 때문에 내부자 제보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기관에서는 인건비가 비싼 의사 대신 무자격자인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을 시키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자격자 대리수술 근절 등 환자 안전 증진과 환자 인권 보호를 위해 수술실 CCTV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무자격자 대리수술을 했다가 적발된 의료기관이나 의사의 명단을 공표하고, 의료인 행정처분에 대한 정보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술실 CCTV 설치 요구는 과거부터 있었다. 하지만 의료계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입법에는 실패했다.

처음 CCTV 설치 요구가 촉발된 것은 2016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 중 과다출혈로 사망한 고(故) 권대희씨의 유족이 수술실 CCTV 장면을 확인하면서다.

유족에 따르면 당시 의사가 여러 명의 환자를 동시에 수술하면서 권씨 수술 중 수술실을 나갔고, 권씨는 지혈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간호조무사에게 장시간 방치됐다. 간호조무사는 수술실에서 핸드폰을 만지고 눈 화장 등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에도 CCTV 설치 요구를 재점화시키는 사건들이 잇따랐다.

지난해 5월 부산에 있는 정형외과에서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이 대리수술을 하다 환자가 뇌사에 빠졌다.

최근에는 분당차병원에서 의사가 제왕절개 수술 중 신생아를 바닥에 떨어뜨리고도 이를 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사망 원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한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환자단체는 "무자격자 대리수술 근절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이라며 "만일 수술실에 CCTV가 설치돼 있었다면 의료사고의 조직적 은폐행위는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권씨의 어머니 이나금씨는 "성형외과 의료진들은 사망에 대한 책임은 없다고 했다"며 "하지만 수술실 CCTV를 통해 이 병원의 과실이 명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의사단체는 영상 유출로 인한 의사나 환자의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가 우려된다며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9월 입장문을 통해 수술실 CCTV 설치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당시 의협은 "수술실 CCTV 설치로 의료인의 진료가 위축됨으로써 환자를 위한 적극적인 의료행위가 방해된다"며 "환자 개인과 간호사 등 의료 관계자의 사생활과 그 비밀이 현저히 침해되고 의료진과 환자의 신뢰가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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