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을 묻다] ④ "마을 운전사 하며 어르신들과 소통"…담양 배인기씨

입력 2019-04-19 07:00
[귀농귀촌을 묻다] ④ "마을 운전사 하며 어르신들과 소통"…담양 배인기씨

아로니아 농사를 가공공장으로 키워…"억대 부농보다 양보·행복한 삶 추구"



(담양=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어르신, 장터까지 태워드릴게요."

전남 담양군 금성면 원천리에 사는 배인기(55)씨는 30가구 남짓 거주하는 이 마을에서 사실상 '막둥이'다.

배씨는 유통업에 종사하다가 6년 전 갑작스럽게 명예퇴직을 하고 막연하게 꿈꿔 왔던 시골 생활에 도전하게 됐다.

급작스레 퇴직을 맞은 배씨는 선산이 있는 전남 나주에 땅을 알아봤지만 여의치 않자 지인을 통해 담양에 6천600㎡ 남짓한 땅을 빌렸다.

1년간 광주에서 담양을 오가며 작물을 심는 연습을 하면서 귀농을 준비했다.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시작한 농사일은 생각보다 고됐다.

배씨는 "풀 뽑고 땅 파는 일과 같은 농사의 기본이 가장 힘들었다"며 "트랙터를 사서 땅을 팠는데 거름 뿌리는 기계가 있는 줄 모르고 땅에 일일이 삽으로 거름을 뿌리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농사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허름한 집 한 채를 사들여 마을에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주민들과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노지 농사를 짓는 70∼80대 어머니뻘 어르신들이 작물을 팔러 이른 새벽 광주 말바우시장에 나갈 때면 함께 일어나 어르신들을 시장에 모셔다드렸다.

마을 '어머니'들은 배씨의 아로니아 농장 수확 철이면 다른 일을 가는 대신 배씨 농장에서 수확을 도왔다.

배씨는 "작은 성의만 보여드려도 어르신들은 절대 그냥 있지 않고 뭐라도 해주셨다"며 "조금씩 양보하면 서로 편하고 부딪힐 일이 없다"고 말했다.

첫 농사를 짓고 바로 수확할 수도 있었지만 전지 작업을 하고 이듬해 5t가량의 생과를 수확했다.

보통 1년생 묘목을 심는 것과 달리 3년생 묘목을 심은 데다 한 해를 더 기다려 훨씬 많은 수확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국에 아로니아 농가가 급증하면서 농작물 값이 뚝 내려가는 농업 유통의 전형적인 난관을 만났다.



배씨는 지역주민, 귀농인과 함께 주주 16명을 모아 아로니아 가공공장을 설립함으로써 돌파구를 찾았다.

지역주민을 공장운영에 함께 참여시키면서 아로니아 가공공장이 지역민을 위한 시설로 키울 수 있음을 알렸다.

아로니아의 떫은맛을 줄이고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생산하기 위해 다변화 기술을 개발했으며 HACCP 인증으로 제품의 질도 높였다.

마을 어르신 운전사 역할과 지역민과의 화합을 통한 아로니아 가공공장 운영으로 귀농이 안착하면서 배씨도 '억대 부농'의 대열에 합류했다.

배씨는 하지만 귀농 생활에서는 수익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씨는 "돈을 벌려면 차라리 도시에서 일하기를 추천한다 남이 번다니까 준비 없이 시골로 오는 것은 자충수"라며 "마을 주민과 화합하고 자신에게 맞는 작물을 찾으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미소 지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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