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가 살린 '노트르담 드 파리', 프랑스 문학·팝컬처 상징

입력 2019-04-16 11:47
위고가 살린 '노트르담 드 파리', 프랑스 문학·팝컬처 상징

훼손과 방치로 노트르담 헐릴 위기 되자 소설로 복원 여론 조성

불후의 명작소설', 영화·뮤지컬 등으로 기나긴 생명력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이정현 이도연 기자 = 화재로 지붕과 첨탑 등이 소실된 '노트르담 드 파리'(Notre-Dame de Paris) 대성당은 유럽 후기 고딕 건축물의 대표작을 넘어 프랑스 문학과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파리지앵들의 자랑거리다.

특히 노트르담 하면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떠오른다. 위고가 없었다면 지금 노트르담의 위상은 존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역사적 장소나 건축물이 그것을 소재로 삼은 예술작품을 유명하게도 하지만, 위고와 노트르담의 관계는 그 반대다.

빅토르 위고가 1831년 쓴 불후의 고전 소설은 아예 성당 이름을 제목으로 했다. 그 유명한 '파리의 노트르담(노트르담 드 파리)'이다. 우리나라에선 과거 한때 '노트르담의 꼽추'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었다.

위고는 헐릴 위기에 처한 노트르담을 구하고자 동명 소설을 썼다고 한다.

프랑스 혁명의 광기로 28개 동상 머리가 잘려나가는 등 엉망으로 훼손되고 철학자들의 집결지로 쓰이면서 창고처럼 처참한 같은 모습이 된 노트르담을 헐자는 여론이 한때 힘을 받았지만, 위고가 쓴 소설이 크게 인기를 얻으면서 복원의 계기를 마련했다.

죽을 고비까지 갔던 노트르담을 위고가 구해내고 치료까지 해준 격이다.

나폴레옹 1세가 1804년 황제 대관식을 노트르담에서 올린 것도 도움이 됐지만, 무엇보다 소설의 인기에 힘입어 결국 1845년 대대적인 복원 공사가 시작됐다.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는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로 일하는 못생긴 꼽추 카지모도와 어여쁜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세속적 욕망에 굴복해 파멸하는 사제 등 노트르담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15세기 파리 시민의 군상을 낭만주의적이면서도 장엄하게 묘사했다.

레미제라블과 함께 위고의 대표작이자 유럽 낭만 문학의 위대한 고전으로 꼽힌다.

이 소설은 후일 여러 대중문화 작품의 '원형'으로 남아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대표적이다. 1998년 초연 이후 프랑스 대표 뮤지컬로 자리 잡은 이 작품은 국내에서도 2005년 초연돼 최단 기간 최다 관객을 동원했다.

뮤지컬 속 넘버 '대성당들의 시대'(Le Temps des Cathedrales)의 웅장함은 들을 때마다 관객을 사로잡는다.

영화계에서도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은 수없이 각색돼 여러 작품으로 반복된다.

1911년 프랑스 무성영화 '파리의 노트르담'을 시작으로 알려진 것만 8편의 영화 또는 만화영화가 만들어진다.

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은 대배우 앤서니 퀸이 열연한 '파리의 노트르담'(1956)이다. 우리나라에선 '노트르담의 꼽추'라는 제목으로 상영됐다.

최근작은 1996년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노트르담의 꼽추'와 후속작 '노트르담의 꼽추 2'이다.



이밖에 노트르담을 배경으로 한 영화도 적지 않다.

이선 호크와 줄리 델피 주연 유명한 로맨스물 '비포선셋'에서는 남녀 주인공이 9년 만에 재회하는 장면에서 노트르담 대성당이 배경으로 등장하며 낭만적 풍경을 자아낸다.

또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도 주인공 길(오웬 윌슨)이 노트르담 성당 뒤 공원에서 미술관 가이드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등장하며, '아밀리에'에서는 아밀리에(오드리 토투)의 엄마가 노트르담 성당에서 뛰어내린 관광객에 깔려 사망했다.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레미제라블'에서는 자베르(러셀 크로)가 자신의 주제가 '더 스타'(The Star)를 부를 때 반대편에 노트르담 성당이 보인다.



lesl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