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우표, 교도소서 현금처럼 사용…반입 제한은 정당"
"교정시설 질서유지 필요…무분별 사용 방지하기 쉽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교도소 소장이 수용자 가족이 편지에 동봉해 보낸 우표를 걸러내 반송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우표가 교도소 안에서 현금처럼 결제수단으로 쓰이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반입·소지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교도소 수용자 A씨가 "차입 물품 지급 불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B 교도소 소장과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사기 등의 혐의로 징역 2년형이 확정돼 지난해 3월부터 B 교도소에 수용돼 생활했다.
A씨의 가족은 A씨 앞으로 편지를 보내면서 우표를 동봉했다. 지난해 5월 교도소장은 수용자 교육교화 운영지침에 근거해 우표를 A씨에게 주지 않고 가족에게 반송했다.
이에 A씨는 "법 시행령과 시행 규칙에서는 우표를 교정시설 반입금지 물품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음에도 교도소장이 근거로 삼은 지침은 우표를 반입금지 물품으로 규정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해당 지침이 상위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위법한 조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용자 외의 사람이 수용자에게 금품을 교부하려는 경우 형집행법 및 시행 규칙에 근거해 이를 제한할 수 있으므로 외부인이 수용자에게 보낸 서신에 다른 물품이 동봉된 경우에도 위 조항들에 근거해 이를 제한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교도소장이 우표 반입을 금지한 지침은 형집행법 및 시행 규칙에 근거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A씨는 우표 반입을 막은 처분에 대해 "수용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해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배되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용자들 간 또는 수용자와 외부 수발업체 간의 결제수단으로 우표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런 상황에서 현금 등의 반입·소지 제한과 마찬가지로 우표의 무분별한 반입·소지를 제한해 교정시설의 질서 등을 유지할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또 "현금처럼 우표 역시 교정시설 내 반입만을 허용한 채 영치품으로써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상정해볼 수는 있으나, 수용자가 우편물 발송을 이유로 영치품인 우표를 지급받은 다음 실제로는 우편물 발송 용도로 사용 않고 결제수단으로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수용자가 원하는 경우 영치금으로 우표를 구매해 우편물을 발송할 수 있고, 우표 구입액 한도도 없는 것으로 보이므로 우표의 반입·소지를 금지한다고 하더라도 서신 수수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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