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북 인도주의 지원으로 北과 대화 견인 모색

입력 2019-04-12 10:45
정부, 대북 인도주의 지원으로 北과 대화 견인 모색

국제기구 통한 800만달러 대북 지원 우선 검토할듯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미국 정부가 인도주의 지원을 대북카드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정부도 남북관계와 북미협상의 선순환을 위해 인도지원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특히 의결된 지 1년 넘게 집행하지 못하고 있는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 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우선해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각)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제재완화로 남북 경제협력 확대에 일부 재량권을 줄 의향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는 현재 인도주의적인 사안들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의 대가로 요구한 5개의 유엔 제재 해제는 들어줄 수 없지만,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빗장은 유연성을 보일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지지하는 발언을 함에 따라 정부도 대북 인도지원에 나서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도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직후인 지난달 초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대북 제재의 틀 안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북미대화에 도움을 주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우선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 달러의 대북 지원에 나서며 북한과 신뢰 회복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 질의 답변서에서 800만 달러 지원과 관련해 "영유아, 임산부 등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취임하면 국제기구에 대한 공여를 포함, 대북 인도지원 관련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인도지원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2017년 9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고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모자보건·영양지원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에서 800만 달러를 공여하는 방안을 의결했지만, 미국의 대북 압박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실제 집행은 미뤄왔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말 워킹그룹 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재이월은 못 하도록 규정된 국가재정법에 따라 올해 집행하려면 다시 교추협을 열어서 의결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북한의 식량난을 덜어주기 위해 밀가루 등 대북 식량 지원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지난 2월 북미정상회담 직전 유엔에 보낸 공문을 통해 지난해 말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공동으로 작황을 평가한 결과, 이상 고온과 가뭄, 폭우와 제재의 영향으로 곡물 생산량이 2017년보다 50만3천t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당시 북한은 식량 공급이 줄어들고 있어 식량 배급을 줄일 수밖에 없는 사정이라면서 국제기구들에 긴급 원조를 요청했다.

북한이 러시아에도 밀 10만t 지원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며, 북한 매체는 규모는 언급하지 않은 채 러시아가 지원한 밀이 북한에 도착했다고 이달 초 전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취재진에 "저는 솔직히 한국이 북한에 식량 등 다양한 것들을 지원하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이밖에 남북 보건의료 협력과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지원 활동 등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김연철 장관은 취임사에서 남북관계 확대 과정에서 민간의 역할이 커질 것을 밝힌 만큼 민간 차원의 대북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통일부는 한미정상회담의 후속조치로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 등을 활용해 대화의 물꼬를 트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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