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설' 수단 바시르 대통령은…쿠데타로 30년 집권한 독재자
다르푸르 내전 사태로 ICC 체포영장 발부돼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북아리카 수단의 오마르 알-바시르(75) 대통령이 퇴진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철옹성 같았던 그의 철권통치가 중대국면을 맞았다.
로이터, AP통신 등은 11일(현지시간) 수단 정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바시르 대통령이 사임했고 과도정부 구성을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군부가 쿠데타를 시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수단군은 이날 "중요한 성명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시르 대통령의 사임설은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지 약 4개월 만이다.
작년 12월 19일 정부의 빵값 인상 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시작됐고 바시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로 확산했다.
바시르는 30년 전 무혈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직업군인 출신의 독재자다.
1944년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100㎞ 떨어진 아랍권 중심지 호셰 반나가에서 태어났고 어린 나이에 군에 입대해 승진을 거듭했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때에는 이집트군으로 참전해 이스라엘군과 싸우기도 했다.
바시르는 1988년 제8여단장으로 임명된 뒤 내전이 벌어진 남부지역 전투를 지휘하다가 이듬해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다.
그는 1989년 6월 민선 정부를 무너뜨리고 집권한 뒤 국가비상령을 선포하고 의회 해산과 모든 정당의 해체를 결정하는 등 헌정질서를 붕괴시켰다.
또 집권 이후 수단을 이슬람 국가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기독교 세력을 소외시켰다.
바시르의 친이슬람정책은 수단 서부의 다르푸르 지역에서 기독교계를 주축으로 한 반군 조직들의 봉기를 부르고 수단을 내전으로 빠뜨렸다는 지적을 받는다.
바시르는 다르푸르 내전에서 정부군과 친정부 민병대를 동원해 대대적인 반군 소탕작전을 벌였다
다르푸르 내전 과정에서 약 30만명이 사망하고 난민 200만명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다르푸르 내전과 관련해 2009년과 2010년 전쟁범죄 등의 혐의로 바시르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바시르 정권은 1990년대 알-카에다의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에게 5년 동안 은신처를 체공했다.
미국 정부는 이를 이유로 1993년부터 수단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려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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