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까지 오른 미세플라스틱…"예측 불가한 미지의 공포"
제13회 피스&그린보트 선상 강연서 전문가들 미세플라스틱 위험성 경고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관리법' 제정 계획…"결국 물질적 욕구를 문화적 욕구로 바꿔야"
(상하이=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머리카락만큼 얇다는 미세플라스틱이 먹이사슬을 통해 식탁까지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체에 유입된 이후의 악영향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경고했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환경재단의 '피스&그린보트'를 타고 지난 9일 여수에서 출발해 중국 상하이로 향하던 10일 선상에서 열린 '플라스틱 시대와 우리의 자세' 선상 환경 대담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김 의원은 "눈에 보이는 플라스틱은 당장 경각심이라도 가질 수 있지만, 정말 문제는 미세플라스틱"이라고 말했다.
미세플라스틱은 1㎛(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5㎜ 크기로, 애초에 작은 크기로 생산되기도 하지만 페트병이나 비닐봉지 등이 시간이 지나며 잘게 부서져 생성되기도 한다. 연안 지역과 수산물, 수돗물, 생수, 맥주 등에서 발견됐다.
김 의원은 "멸치 한 마리에 적어도 5개 정도의 미세플라스틱이 있다는 분석 결과가 있다"며 "그보다 더 큰 물고기에는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있다는 건데 이미 우리가 먹은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세플라스틱은 인체에 들어갈 경우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게 문제"라며 "당장 먹었을 때 큰 지장은 없다지만, 장기적으로 어떤 건강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외국에서도 유의미한 연구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세플라스틱의 문제점을 입증한 후에 대비할 게 아니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며 "범정부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관리법'을 제정할 계획이며, 이 법을 통해 2023년까지 현존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양을 30% 감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에 이어 강단에 오른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플라스틱 대란 속 순환고리 찾기'라는 주제 발표에서 "인간이 플라스틱을 본격적으로 사용한 것은 불과 6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며 "그 짧은 세월에 이렇게나 문제가 될 거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 우리 몸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은 건데 이 미세플라스틱이 어떤 질병을 일으킬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어떤 경로로 어느 만큼 쌓이는지, 어떻게 해야 안전할 수 있을지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의 공포' 속에서 사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인류를 위협하는 환경 위기는 기후 변화와 미세플라스틱이라고도 한다"며 "플라스틱을 당장 없앨 수는 없으니 플라스틱과 조화롭게 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는 비닐 등 플라스틱을 당당히 거부할 줄 알고, 생산자는 수리를 통해 물건을 오래 쓸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플라스틱 재질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며 "시민사회는 생산자에게 환경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장의 소비 형태와 생산 방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문화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부피로 따졌을 때 바닷속 물고기와 해양 플라스틱의 비율은 5대1"이라며 "하지만 특별한 대책 없이 이대로 흘러갈 경우 2050년이면 그 비율이 1대1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 이사장은 "지금의 '탄소 문명', '탄소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다양한 형태의 자연재해를 막을 유일한 방법은 순환형 사회로의 전환"이라며 "좋은 차를 타고 드라이브하려는 욕구를 울창한 숲을 보며 걷고 싶어하는 욕구로 바꾸는 등 물질적 욕구를 문화적 욕구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피스&그린보트'는 국내 최초의 민간 환경전문 공익재단인 환경재단과 일본 정부의 역사 교과서 검열에 분노한 학생들이 모여 설립한 일본 비정부기구(NGO) 피스보트(Peace Boat)가 2005년부터 함께 진행한 크루즈 프로그램이다.
'환경과 평화, 우리가 만드는 새로운 100년'을 주제로 삼은 올해는 13회째 출항으로,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한국과 일본인 각 550명과 함께 임시정부가 세워진 중국 상하이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 폭탄이 투하된 일본 나가사키, 아름다운 자연 속 역사적 비극을 겪은 한국 제주를 차례로 방문한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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