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산불] '영웅' 소방관을 국가직으로…청원 이틀만에 10만 돌파

입력 2019-04-07 11:13
수정 2019-04-07 11:23
[강원산불] '영웅' 소방관을 국가직으로…청원 이틀만에 10만 돌파

전국 소방관 밤새 달려가 진화 지원…국가직 전환 논의 탄력 붙나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강원도를 뒤덮은 산불 진화에 전국 소방관들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진화작업에 나선 것을 계기로 소방관 국가직 전환 논의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이틀이 지난 7일 현재 10만 명 넘는 인원의 지지를 받았다.

지난 4일 오후 7시 17분 고성에서 시작돼 6일까지 사흘간 꺼지지 않고 강원도 일대를 뒤덮은 산불은 강원도만의 일이 아니었다.



바다 건너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소방관들이 현장으로 달려갔다.

소방청은 발생 1시간여 만에 서울, 인천, 경기, 충북 지역 소방차 출동을 지시했다가 이내 지시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전국 각지 소방차 820대는 밤새 어둠을 뚫고 현장으로 달려가 강원도 소방관들과 힘을 합쳐 불을 껐다.

화재 이튿날인 지난 5일 정문호 소방청장은 "천릿길을 마다치 않고 달려와 도와준 전국 시·도와 소방관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불이 나서 소방관들이 불을 껐는데 정 청장은 왜 '전국 시·도와 소방관'들에게 감사를 표한 것일까.

엄밀히 말해 일선의 소방관들은 각자 시·도의 소방본부에 속해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의 지휘를 받는 '지방직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어느 시·도의 행정 업무가 갑자기 늘어났다고 해서 다른 시·도 공무원들이 업무 지원을 나오지는 않는다는 점을 떠올리면 된다.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시위가 벌어졌을 때 타 지역 직원을 대규모로 일사불란하게 실어날라 대응하는 '국가직' 경찰과는 다른 구조다.

소방이 이런 구조임에도 2017년 7월 소방청 개청 이후 대형 재난에 대해 관할 지역 구분 없이 국가 차원에서 총력 대응하게끔 비상출동시스템을 강화한 덕에 이번과 같은 신속한 공조가 가능했다.

다만 이런 공조를 법적으로 더욱 뒷받침할 소방관 국가직 전환은 여전히 국회의 문을 넘지 못하고 있다.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바꾸려면 소방기본법, 소방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등 소위 '신분 3법' 등 총 4가지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데 국회는 3월 임시국회에서 공전만 거듭했다.

법 개정 이후 준비 과정을 거쳐 올 하반기부터 국가직 전환을 시행하려던 소방청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소방청은 "업무 자체에는 영향이 없는 만큼 시행이 조금 늦어지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면서도 "내년으로 넘어가면 총선이 있어서 논의가 다시 묻혀버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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