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주택임대료 해결하라"…독일 주요 도시서 항의시위 잇따라

입력 2019-04-06 23:58
"미친 주택임대료 해결하라"…독일 주요 도시서 항의시위 잇따라

대형부동산회사 보유 임대 아파트 몰수해 '주택 공영화' 요구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독일의 주요 도시에서 6일 수천 명의 사람이 '미친 주택임대료'에 항의하는 행진시위를 벌였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수도 베를린에서만 6천명 이상이 알렉산더플라츠에 모여 노동계층과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크로이츠베르크를 향해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크로이츠베르크는 최근에 부동산개발 붐이 한창 일어나고 있는 지역이다.

시위대는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부수지 말아라"고 재개발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시위를 벌였다.

또 시위 참가자들은 베를린 시청이 3천 채가 넘는 아파트를 소유하고 임대 부동산회사의 재산을 몰수해 공영주택으로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주민투표를 할 것을 압박하는 서명운동에도 착수했다.

시위대는 특히 베를린에서 싼 가격으로 수천 채의 건물을 사들인 도이체보넨과 보노비아를 콕 찍어서 이들의 재산을 몰수하라고 요구했다.

부동산회사들이 도심 내 낙후한 지역을 재개발해 호화 아파트를 건설한 뒤 이를 고가로 임대하자 주민들이 이에 반발해 주택 공영화와 같은 과격한 해결책까지 요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서명운동 주최 측은 정부가 부동산 임대시장의 과열을 막는 조치에 실패함에 따라 이런 운동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현재 베를린 시내에 있는 200만 채의 임대 아파트 가운데 도이체보넨이 11만1천500채를, 보노비아가 4만4천채를 각각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명 운동자들은 이들 회사의 규모를 줄이면 부동산 임대시장에 대한 이들의 영향력을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운동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민간회사들이 부동산 임대시장에 그렇게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라이프치히 대학의 경제학자인 하랄드 시몬 교수는 AFP통신 인터뷰에서 독일 임대 아파트의 70%를 2~20채를 가진 집주인들이 점유하고 있다며 이 같은 서명운동에 대해 '완전히 어처구니없는 운동'이라고 반박했다.

또 이 같은 극단적인 움직임이 베를린으로 옮겨와 새로운 사업을 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투자자들의 투자를 꺼리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뿐만 아니라 만약 베를린시가 주택 공영화를 추진할 경우 납세자들이 거대한 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다고 비판론자들은 주장한다.

베를린 당국은 이들 회사로부터 임대 아파트를 몰수할 경우 그 비용이 360억 유로(약 46조 8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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