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실적] 간판 수출기업 '실적쇼크'…내수산업 은행은 최대호황

입력 2019-04-07 07:01
[은행실적] 간판 수출기업 '실적쇼크'…내수산업 은행은 최대호황

삼성전자 빼면 작년 상장사 순익 15%↓…은행 순익은 23%↑

글로벌 경기둔화·미중 무역분쟁에 기업 1분기 실적도 '먹구름'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구정모 민경락 박의래 기자 = 지난해 굴지의 국내 수출기업 실적이 크게 악화하는 사이 은행들이 사상 최대호황을 누린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주요 기업들이 적자 전환이나 순익 급감으로 고통스러워하던 지난해 4분기에 은행들은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로 돈을 벌어야 살 수 있는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에서 대표적인 내수 독과점 기업인 은행이 손쉬운 돈벌이 수단인 이자 수익으로 사상 최고 실적을 벌어들인 데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7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8사업년도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 상장법인 645개사의 순이익은 75조원으로 1년 전보다 4.8% 감소했다.

매출액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005930](유가증권 시장의 14.9%)를 제외할 경우 상장법인의 순이익은 43조원으로 전년 대비 15.4% 급감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른 교역량 감소에 수출 주도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 국내은행은 사상 최대 순익을 벌어들였다.

국내은행의 지난해 순익 규모는 13조8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23.4%나 늘었다.

은행의 고객인 기업의 실적이 감소하고 가계의 소득이 게걸음을 하는 사이 이들을 고객으로 둔 은행들만 큰돈을 벌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는 이런 양극화가 더욱 극명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의 업황 악화로 4분기에 실적 쇼크를 겪어야 했다. 매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2% 줄었고 영업이익도 1년 전보다 28.7% 급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역시 어닝쇼크를 이어갔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 악화로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42.6% 줄어 10분 기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대자동차[005380]는 지난해 4분기에 2천억원 대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해버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5% 급감하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1월과 2월 완성차 판매실적도 순조롭지 않은 상황이다.

LG화학[051910] 역시 지난해 순이익이 24.9% 감소했다. 미중 무역분쟁 등 영향으로 4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52.9%나 줄었다.

POSCO[005490]의 지난해 순이익 역시 36.4% 감소를 기록했다.

4분기 전체 가구의 명목소득(2인 이상)은 월평균 460만6천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은행 입장에선 4분기가 대목이었다.

국내은행들은 지난해 40조3천억원의 이자이익을 벌어들였는데 4분기 이자이익이 10조5천억원으로 지난해 4개 분기 중 최고치이자 사상 최고치였다.

이자이익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로 벌어들이는 은행의 가장 손쉬운 돈벌이 수단이다.

지난해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1.66%로 전년의 1.63%보다 높았고 예대금리차도 2.06%포인트로 1년 전 2.03%보다 컸다.

대출 규모 자체도 커졌지만, 예대금리차도 많이 가져가면서 고객들에게 더 많은 돈을 가져온 것이다.

국내 은행 시장은 사실상 독과점 구도라는 분석이 많다.

상위 6개 은행의 규모가 하위 은행들과 큰 격차를 유지하면서 은행들이 규제산업의 울타리 안에서 가계대출로 쉽게 돈을 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은행들이 예대마진이라는 안전한 방법이 있으니 다른 것을 하지 않는다"면서 "금융당국 눈치를 보며 시키는 것만 겨우 하다 보니 가계금융만 경쟁력이 있고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spee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