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수사 '시간과의 싸움'…증거확보 난관 넘어설 묘수는

입력 2019-04-06 08:30
김학의 수사 '시간과의 싸움'…증거확보 난관 넘어설 묘수는

10년 안팎 지나 계좌추적·통신기록 분석 실효성 의문

6년전 뇌물혐의 수사하다 접어…경찰청에 디지털 증거 남아있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수수 의혹 수사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시차' 극복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금품을 주고받았다는 때로부터 10년 안팎이 흘러 증거를 확보하기도 만만찮은 데다 혐의를 입증하더라도 공소시효가 막판 수사팀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6일 검찰 등에 따르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은 지난 4일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증거물을 토대로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 사이의 금품거래 흔적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뇌물 혐의 수사는 '윤씨가 2005∼2012년 김 전 차관에게 수천 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는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 조사결과와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게 돈이 든 것으로 보이는 봉투를 건네는 걸 봤다'는 2013년 경찰 수사 때 참고인들 진술에서 출발했다.

여기에 윤씨가 건설업을 하면서 휘말린 각종 송사가 적절하게 처리됐는지, 김 전 차관이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은 없는지 등을 살피고 윤씨 진술을 받아내면 금품의 대가성도 규명될 수 있다고 수사팀은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전망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검찰 안팎에서는 뇌물 혐의 수사의 기초인 계좌추적부터 난관을 겪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기관들은 입출금 내역 등 자금흐름이 기록된 전표를 5년이 지나면 대부분 폐기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상법상 전표 보존기간이 5년으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2014년 4월 이전 윤씨의 금융거래 내역을 정교하게 추적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 수표거래는 5년이 지나도 마이크로필름 형태로 보관되는 경우가 있지만 큰 도움은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찰 관계자는 "단편적 정보가 아닌 돈의 흐름 전반을 살펴보고 추론을 거듭해야 하는 계좌추적의 특성상 입출금 전표가 남아있지 않다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단은 김 전 차관과 윤씨의 휴대전화도 압수해 분석 중이다. 그러나 관련자들 통신내역을 이동통신사에서 압수해 살펴보더라도 증거인멸 정황을 확인하는 정도에 그칠 공산이 크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통화내역은 최근 1년치만 보관된다. 수사단은 윤씨가 연루된 고소·고발 등 10여건의 형사사건 기록도 살폈으나 보존기간 등 문제로 상당수 기록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으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지난 데다 이미 수사가 한두 차례 이뤄진 만큼 관련자들이 물적 증거를 갖고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2013∼2014년 검·경 수사기록을 꼼꼼히 살펴 단서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초동 수사를 맡은 경찰이 검찰에 넘기지 않은 증거가 남아있다면 예상 밖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지난 4일 압수수색 대상에 경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가 포함된 데 주목하고 있다. 대검 진상조사단은 지난달 "경찰이 휴대전화와 컴퓨터 포렌식으로 확보한 3만건 이상의 동영상 등 디지털 증거가 송치 누락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사단은 지난 4일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산하 디지털포렌식센터를 수색해 2013년 수사 당시 확보된 디지털 증거가 남아있는지 확인했다. '별장 성접대 동영상' 등 성범죄 증거는 물론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한 단서 확보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로 경찰은 수사 초반 윤씨의 사건 청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사건기록을 수집하며 김 전 차관이 받은 성접대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다만 공소시효 등 문제로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기로 하고 관련 증거도 송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송치된 증거에 뇌물죄와 관련한 부분은 없었다. 경찰이 확보한 증거가 없었는지, 일부러 누락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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