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서 가내 포경수술로 영아 잇딴 사망…"국가가 개입해야"
3개월 새 3명 숨져…"국가가 수술비 지원해 무자격 수술 막아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가내 포경수술로 영아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자, 국가가 수술비를 지원하는 등 의료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4일(현지시간) 일간 일메사제로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2일 북서부 항구도시 제노바에서 생후 몇주 밖에 안된 신생아가 자택에서 실시된 서투른 포경수술로 목숨을 잃었다.
25세의 나이지리아 국적의 아기 엄마와 할머니가 황급히 응급 의료진을 요청했으나,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아기는 이미 숨이 붙어 있지 않았다고 언론은 전했다.
경찰은 숨진 아기의 엄마, 할머니와 함께 수술을 직접 시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 1명을 인근 도시에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달 25일 북부 레조 에밀리아의 가나인 가정에서 생후 5개월 된 영아가, 작년 12월에는 로마 인근에서 2살 난 사내아이가 사망하는 등 최근 몇 개월 새 집에서 이뤄지는 조악한 포경수술로 인한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매년 약 5천 건의 포경수술이 보고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보통 종교적, 위생적인 이유로 이슬람과 유대인 공동체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수술비가 비싸고, 공공 의료 시스템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탓에 이민자 가정 상당수는 부모가 집에서 직접 아이들을 수술하거나, 무허가 의료인에게 수술을 맡기고 있는 형편이다.
소아과 의사이자 로마이슬람센터의 대표인 무스타파 카두라흐 박사는 ANSA통신에 "유일한 해결책은 국가가 수술비를 지원하는 것"이라며 포경수술로 인한 비극을 막기 위해 국가가 개입할 것을 촉구했다.
재이탈리아 외국인의사협회(Amsi) 창립자인 포아드 아오이드도 "은밀한 포경수술로 인한 무고한 아이들의 사망을 막기 위해 보건부 장관에게 긴급 회동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줄리아 그릴로 보건부장관은 이에 "해결 방안을 찾는 게 시급하다"며 "이 문제는 예민한 사안으로, 종교 당국과 협의할 필요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동의 안전을 위한 원칙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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