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인스타 감성 카페 "독특하긴 한데…"

입력 2019-04-03 13:36
[인턴액티브] 인스타 감성 카페 "독특하긴 한데…"

(서울=연합뉴스) 황예림 인턴기자 = 최근 인스타그램 등 SNS에선 '감성 카페'가 유행이다.

감성 카페는 독특한 인테리어와 소품으로 공간을 개성 있게 꾸민 것이 특징. 사진을 찍으면 특이하고 분위기 좋은 장면이 연출돼 인스타그램 등에 사진을 찍어 올리기 좋은 곳으로 통한다.

감성 카페에선 공간 연출을 위해 상자·철제 의자·협탁 등 기존의 카페에서 잘 사용하지 않던 물건을 테이블과 의자로 활용하곤 한다. 또 버려진 창고, 공장 등을 카페로 개조해 독특한 분위기를 유도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감성 카페를 두고 '불편하고 비위생적'이라는 이용자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 분위기도 좋지만… "사용자 편의 무시 지나쳐"

감성 카페에 불만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인테리어에 치중하다가 정작 편하게 차 한잔 마시며 여유를 찾는 곳이라는 카페의 존재 이유를 잃어버렸다"고 지적한다.

감성 카페에선 탁자·의자가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되다 보니 사진을 찍기 좋을 수는 있어도 편하게 대화를 나누거나 음료를 즐기기엔 불편하다는 것.

실제로 공간의 개성을 중시하는 감성 카페에선 상자나 콘크리트 블록을 의자로 쓰거나 낮고 협소한 탁자·등받이 없는 딱딱한 의자 등 가구로서 실용성이 떨어지는 물건을 사용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평소 카페를 자주 찾는다는 대학생 권서현(24)씨는 "요즘 흔히 말하는 '인스타 감성'을 내세우다 보니 제대로 앉을 수 없는 가구를 사용하는 카페가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작은 의자를 탁자로 쓰는 카페도 본 적이 있다"며 "디저트를 하나 시키자 탁자가 꽉 차서 음료는 올려놓을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단순히 불편한 것을 넘어서 "상업 공간으로서 고객을 향한 배려가 부족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음 이용자 '데*'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에서 "인스타 감성은 알겠는데 적어도 손님을 배려한다면 저렇게 인테리어를 할까 싶은 생각이다. (감성 카페는) 음료도 비싼데 의자라도 편하게 해줬으면 좋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이용자 '해커****'도 "요즘 인스타 감성 카페들은 (낮은 탁자에다) 의자까지 불편해서 '빨리 나가라'는 메시지를 손님에게 직접적으로 주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감성 카페로 지목되는 유명 카페 중 일부는 이런 문제의식에 동의하고 있었다.

서울 한남동의 'ㅇ' 카페 직원 A(32)씨는 "손님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불편하다', '꼭 이렇게 앉아야 하냐'고 묻거나 자리를 확인하고는 카페에 들어왔다가 그냥 나가기도 한다"면서 "카페 운영진에게 '손님들이 불편해하니 인테리어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꾸준히 제안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서울 연남동 'ㅋ' 카페 직원 B(26)씨도 "앉아 있기 불편하다고 말씀하시는 손님이 많긴 하다. 특히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은 내부를 확인하고 바로 나가시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전했다.

감성 카페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공감을 얻으며 최근 각종 커뮤니티에선 '미래에 유행할 카페는 높은 의자에 앉아 몸을 한껏 구부린 채 바닥에 놓인 커피를 마시는 곳일 것'이라는 내용의 풍자 글과 그림까지 퍼지고 있다.

◇ 시멘트 가루, 곰팡이에 흙바닥까지… "위생은 어쩌나"

일부 감성 카페에선 위생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요즘 낡은 공장 같은 느낌을 주는 '인더스트리얼(Industrial) 인테리어'를 한 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벽면이나 천장, 바닥 마감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시멘트 가루가 날리고 곰팡이가 슨 곳이 적잖게 있다는 것.

먹고 마시는 공간에서 기본적인 위생조차 담보되지 않았다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인더스트리얼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했다는 다음 이용자 '런닝**'는 "인더스트리얼 컨셉이랍시고 (벽을) 뜯다 말아서 먼지가 날리는 데다 여름 되면 곰팡이 냄새가 심해진다. 정말 비위생적"이라고 말했다.

트위터 이용자 '레**'도 얼룩덜룩한 카페 천장 사진을 게시하며 "콘크리트 더미에서 커피를 마시는 기분"이라고 불쾌함을 호소했다.

최근에는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에서 한발 더 나아가 매장 바닥을 전부 흙으로 뒤덮은 카페도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 누리꾼 '바닐**'은 "흙바닥 마감 카페라니. 위생도 위생인데, 비 오고 눈 오는 날엔 장사를 어떻게 하고 청소는 또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지…"라고 우려했다.



인테리어 전문업체 '소담 IM' 관계자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에 대한 문의가 1년 전부터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예산 문제로 벽면 마감 처리를 생략하려는 곳이 있긴 하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마감 처리는 원칙"이라며 "특히 카페나 식당의 경우 마감 처리를 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서 낡은 콘크리트 벽면에서 먼지가 일고 시멘트 가루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위생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오늘날 감성 카페들의 문제를 '예쁜 외양만 쫓는 풍토'가 빚어낸 단순한 현상에 그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높은 임대료와 치열한 경쟁이 양산한 요식업계의 구조적 문제라는 분석이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경쟁 관계에 있는 개인 카페 입장에선 적당히 불편한 가구로 회전율을 높이고 적은 예산 안에서 독창적인 인테리어로 차별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

카페 직원 B(26)씨는 "월세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공간 활용도를 최대한 높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자리가 너무 편하면 4∼5시간씩 공부하는 '카페 공부족'이 늘어나서 매장 회전율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공간 기획 전문업체 '행복들'의 지용삼 대표는 "비주류 상권에 들어선 카페들은 살아남기 위해 박스를 탁자로 사용하는 등 특이한 공간 연출을 많이 한다"면서 "타 카페와 경쟁에서 '독창성'으로 승부수를 띄우려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감성 카페' 열풍이 당분간 지속될 거라고 내다보면서도 "독창적인 인테리어에 앞서 매장의 위생·음식의 맛 등 기본적인 요소를 갖춰야만 소비자의 외면을 받지 않고 오랫동안 살아남는 공간이 된다"고 조언했다.

yellowyer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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