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공짜 전기' 나눠주려던 슈퍼천재의 생애

입력 2019-03-29 11:38
전세계 '공짜 전기' 나눠주려던 슈퍼천재의 생애

'테슬라 자서전' 출간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인류사 최고의 팔방미인 천재로 평가받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필적하는 인물이 현대에도 있다.

오스트리아 제국 출신의 미국 천재 과학자인 니콜라 테슬라(1856~1943)이다.

다빈치 못지않게 여러 방면에서 천재성을 드러냈고 다양한 분야에 천착했다. 실제로 인류 문명사를 상전벽해처럼 뒤바꿔놓은 과학적 업적을 다수 남겼으며, 수백 년을 앞서가는 사고와 결과물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다빈치와 흡사한 점이 많다. 테슬라가 출원한 특허는 25개국에서 270개가 넘는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현실에서 구현했다는 점에서 테슬라는 다빈치와 닮은꼴이다.

다만 다빈치가 사교적이고 사람들에 인기가 많았던 것에 반해 테슬라는 상당히 기이하고 독특한 삶의 방식을 보였다.

어린 시절 현실이 아닌 이미지가 눈앞에 자꾸 떠올랐다고 고백하는가 하면, 인간은 '생각하는 자동화 기계'로 규정한 적도 있다. 엄청난 거리를 걷고 수영해서 통근하는 기행도 보였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누군가 다치게 하면 자신도 엄청난 통증을 느꼈다고도 주장했다.

890km 밖에서 울린 천둥소리를 들으며 괴로워할 만큼 자신의 청력이 정상인보다 13배 이상 발달했고, 시력 역시 남달리 좋았으며, 햇볕이 차단되면 뇌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진다고 주장했다. 어둠 속에서는 박쥐처럼 이마를 통해 4m 떨어진 물체의 존재를 감지했으며, 이때 자신의 맥박수가 분당 260회까지 올라가고 신체 모든 세포조직이 수축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슈퍼맨, 소머즈, 뱀파이어 등이 떠오르게 하는 주장이다.

초인이나 도인(道人), 또는 외계인처럼 느껴지는 대목이다. 허언증이나 조현병 환자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았지만, 그의 업적과 이론 자체가 워낙 시대를 크게 앞서가는 것이어서 후대 테슬라 추종자들은 그가 실제로 외계인이거나 외계 비행체와 처음 조우한 인물이라고 믿었다.

테슬라는 또 때로는 종교인이나 심령학자 같은 언행도 했다. 자신의 초인적 능력은 신이 준 것이라고 믿었다.

심지어 1940년대 초 테슬라가 아서 매슈와 함께 쓴 자전적 내용의 책 '빛의 벽'에 따르면 테슬라는 1856년 7월 9일에서 10일 사이 한밤중에 금성에서 온 우주선에서 태어나 '착한 지구인'에게 맡겨졌다고 돼 있다. 테슬라는 우주선의 '상승과 조종'에 대한 연구도 했는데, 얇은 원판 모양의 비행체를 주로 구상했다. 오늘날 목격되는 미확인비행물체(UFO)는 대부분 이런 형태다.

이처럼 공상과학(SF) 영화 '슈퍼맨'보다 더 극적이고 놀라운 테슬라의 삶은 그가 직접 쓴 유일한 자서전 '나의 발명'과 논문 '인간 에너지를 상승시키는 데 따르는 문제점'에 나와 있다.



도서출판 '양문'이 펴낸 '테슬라 자서전'은 이 두 가지 원본을 편역하고 테슬라의 삶과 업적에 대한 글을 추가한 책이다.

테슬라의 독특한 어린 시절부터 뉴욕 한 호텔에서 쓸쓸하게 눈을 감을 때까지, 신비하고도 때로는 기이한 한 천재의 여정이 자세히 담겼다.

그 유명한 에디슨과의 '전류 전쟁'은 물론, 현대 첨단기술의 모태가 된 테슬라의 다양한 기술 이론과 발명품 등이 소개된다.

교류발전기, 유도전동기, 다상교류 시스템, 테슬라 코일(변압기), 무선에너지 전송, 전파 라디오, X선 등은 모두 테슬라가 인류에게 남긴 유산이다.

특히 지금도 '음모론'의 단골 소재인 무선 에너지(전력) 전송과 워든클리프 타워(무선 세계 전송 타워)에 얽힌 얘기는 흥미롭다. 테슬라는 지구를 전도체로 활용해 전기 에너지를 무선으로 전송할 수 있다고 믿었고, 실제로 이를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고 주장했다.

테슬라는 교류 시스템을 밀어준 J.P. 모건을 다시 한번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를 하나로 잇는 원격통신 플랫폼을 만든다고 속이고 무선 전력 전송을 위한 워든 클리프 설계와 건설에 착수했다.

엄청난 사업이었다. 성공만 한다면 세계 모든 사람이 전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인류적 진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무료'라는 점에 있었다. 사업가 모건이 돈 안 되는 프로젝트를 밀어줄 이유가 없었다. 자금줄을 끊었고 테슬라는 자신이 가진 돈 모두를 타워 건립에 써야 했으나 자금 부족으로 단 한 번도 가동하지 못했다. 테슬라는 웃음거리가 됐고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다.

음모론자들은 석유업자들과 금융산업이 테슬라의 사업을 고의로 좌초시켰다고 믿는다. 전력 무료 이용이 실현되면 자신들은 먹고살 게 없어질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일 음모론자들의 말이 맞는다면 인류는 엄청난 진보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전쟁과 기아 등 많은 문제가 에너지 부족과 불균형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실제로 평화주의자였고, 무선 전력 전송 같은 연구도 모두 인류 평화를 위해 추진했다. 그는 무지와 악을 배격하고 절대선과 평정심, 절제를 추구했으며, 연구를 통해 "정신적 현상도 언젠가 완전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전기를 무료로 모든 사람에게 나눠주고 태양 에너지 등을 활용해 인간 에너지를 증가시키는 방법을 찾아 헤맨 테슬라는 연구와 발명을 했다기보다 스스로 우주와 인간의 원리를 좇아 구도(求道)에 몰두한 듯 보인다. 240쪽. 1만4천800원.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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