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산에 태양광발전 안 돼"…순천 죽청마을 주민 반발
"오염된 땅 위에 태양광 설치 안 돼"…업체 측 "오염물질 유출 최소화 정화작업"
(순천=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전남 순천의 한 폐광산 부지에 태양광발전사업이 추진되자 주민들이 환경 오염을 이유로 반발하고 나섰다.
22일 순천시에 따르면 서면 운평리 죽청마을에 지난 2016년부터 태양광 발전회사가 3만2천719㎡의 면적에 2천300㎾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업체는 2016년 6월 태양광 발전소 개발행위 허가 신청을 하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았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 결과 카드뮴과 비소 등 중금속이 기준치를 초과하자 토양 정밀 조사 명령을 내렸다.
순천시는 2017년 8월 토양오염방지법에 따라 업체 측에 오염된 폐광 부지의 흙은 모두 실어 내고 2년 이내에 새 흙으로 복토해 복구할 것을 명령했다.
오염된 흙은 8천∼9천㎥가량으로 복구 비용은 1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측은 오염된 흙 위에 새 흙을 덮는 방식으로 복구할 것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이에 죽청마을 주민들은 태양광 발전회사가 개발행위 허가를 받기 위해 토양 정화작업에 나서는 것도 오염의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박종완(48) 죽청마을 청년회장은 "이 부지는 일본강점기 당시 순천광업소가 운영하다 해방 이후 문을 닫고 방치돼 중금속 등 오염물질이 바람에 날려 피해를 많이 봤다"며 "오랜 시간 주민들이 편백과 대나무를 심어 오염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는데 태양광발전이 들어오면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미 오염된 땅에서 환경 정화작업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정화작업을 하면 마을 한가운데로 중장비가 왔다 갔다 하고 오염물질이 농작물에 영향을 줄 것이 뻔하다"고 강조했다.
태양광발전 업체 측은 반대 주민들을 설득해 환경 정화작업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업체 관계자는 "정화작업을 하려면 진입도로를 내야 하고 주민의 땅을 빌릴 수밖에 없다"며 "흙을 퍼내고 실어 낼 때 환경청에서 지정하는 차량을 사용하고 오염물질 반출을 최소화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오는 8월까지 업체 측이 환경정화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개발행위 허가를 내주지 않을 방침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주민의 동의 없이는 현재로선 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며 "8월까지 예정된 환경 정화작업을 이행하지 못하면 사실상 개발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minu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