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아일린ㆍ세월

입력 2019-03-22 10:46
[신간] 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아일린ㆍ세월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 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 = '집 떠나 집'으로 한국경제 신춘문예에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한 하유지 작가의 새 장편소설.

참고서 편집자인 서른세살 영오가 죽은 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긴 수첩에 적힌 세 사람을 찾아가며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기적과 감동.

타인과의 관계가 힘에 부치는 그녀는 왠지 모르게 절반쯤 부족한 사람들과 만나게 되고 그들과 함께 나머지 절반을 찾아 나선다.

이번 소설은 시종일관 담백하게, 또 유머러스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유쾌한 등장 인물들의 만남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진한 감동이 찾아온다.

다산책방. 312쪽. 1만3천800원.



▲ 아일린 = 미국 문단이 가장 주목하는 젊은 작가 오테사 모시페그의 첫 장편소설.

살벌하게 추운 어느 소도시에서 자기혐오와 망상으로 점철된 젊은 날을 통과한 24세 아일린의 삶을 이제는 안정과 사랑의 풍요를 알게 된 74세 아일린이 회고하는 모노톤 서스펜스 드라마다.

평범한 젊은 여성의 내면에 내재된 혐오, 망상, 미성숙함, 뒤틀린 심리가 징그러울 정도로 세세하고 아이러니를 담은 차가운 문체로 묘사된다.

또 클라이맥스에는 허를 찌르는 서스펜스적 사건이 등장하면서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킨다.

1964년 12월 말의 일주일, 아일린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걸까.

오늘의 껍질을 버리고 기꺼이 삶의 전환점을 맞이한 이 젊은 여성의 서사는, 누구나가 거쳐온 젊은 날의 미성숙함을 훌륭하게 돌아보는 회고록이자 자신의 현실과 내면을 예민하게 감지하며 생의 단계를 통과하는 젊은 세대를 위한 공감의 기록이다.

민은영 옮김. 문학동네. 372쪽. 1만4천500원.



▲ 세월 = 2019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후보로 오른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의 소설.

1941년에서 2006년 사이의 시간을 한 여성의 시각으로, 또 개인의 역사에 공동의 기억을 투영해 담았다.

에르노의 이전 작품들이 작가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한 개인 서사적 글이었다면, '세월'은 작가 자신만이 아닌 다수의 기억을 포함한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문학적 시도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책에 나오는 '그녀'는 아니 에르노 자신이면서 동시에 사진 속의 인물, 1941년부터 2006년까지 프랑스 사회를 바라보는 여성의 시각이고, '우리'와 '사람들'은 언급된 시대 속에 형체 없이 숨어 버린 조금 더 포괄적인, 비개인적인 시선이라고 할 수 있다.

신유진 옮김. 1984books. 312쪽. 1만3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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