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 선정 무한경쟁 돌입…BNK부산은행 20년 독점 이어질까

입력 2019-03-20 11:10
금고 선정 무한경쟁 돌입…BNK부산은행 20년 독점 이어질까

경쟁 심의 원칙, 제1·2금고 교차지원 가능 조례안 발의

부산은행 "지역경제 버팀목 역할 해왔다"…대응전략 마련 골몰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한 해 10조원에 이르는 예산을 예치하는 부산시금고 선정이 무한 경쟁시대에 들어간다.

금고 선정 때 2개 이상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심사를 벌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신청도 제1금고와 제2금고에 교차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안 제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11일 '부산광역시 금고 지정 및 운영 조례안'(대표 발의 김문기 의원)이 발의됐다.

이 조례가 발의되자 지난 20여년 간 부산시 제1금고 자리를 누려온 BNK부산은행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BNK부산은행은 공개경쟁 입찰이 도입된 2001년 부산시 제1금고로 지정된 이래 그동안 제1금고 지위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부산은행이 20년 가까이 제1금고의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된 것은 부산시 지자체 금고 선정 규칙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규칙에는 은행들이 금고지정 신청 때 주금고(제1금고)와 부금고(제2금고)를 동시에 지원할 수 없도록 해놓았다.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제1금고, 제2금고 중 어느 하나에라도 선정돼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그동안 제1금고 신청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제1금고 경쟁에서 지역 향토은행인 부산은행 벽을 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BNK부산은행은 2001년 제1금고 선정 때부터 그동안 이뤄진 6번의 제1금고 선정 입찰에 단독 신청했다. 시중은행들이 제1금고 신청을 피해 준 덕분이다.

단독입찰이 이뤄지다 보니 부산시 금고지정심의위원회 심의 또한 느슨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조례가 제정되면 내년부터는 입장이 달라진다.

부산시는 2021년부터 4년간 지자체 금고를 운영할 금융기관을 내년 말 선정한다.



조례안에는 심의 때 2개 이상 금융기관 경쟁을 원칙으로 하고 1금고와 제2금고에 동시에 지원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협력사업비를 전액 현금으로 출연하고 협력사업비 총액도 공개하도록 해놓았다.

이 조례안이 발의되자 BNK부산은행 측은 초비상 상태에 들어갔다.

자금력이 풍부한 시중은행이 협력사업비를 무기로 제1금고 유치에 나설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조례 제정에 맞춰 벌써 부산지역 조직 강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제1금고 위치를 한 번도 놓치지 않은 BNK부산은행 측은 지방분권시대를 맞아 지방은행이 지자체 금고가 돼야 한다는 대응 논리를 개발하는 등 지방은행 역할론을 강조하는 대응전략 마련에 들어갔다.

또 기존 평가항목을 분석해 불합리한 부분의 개선을 요구할 방침이다.

BNK부산은행 관계자는 "지난 20여년 동안 시금고를 하며 든든한 지역경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며 "시중은행이 제1금고에 선정되면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에 강점을 보여온 지방은행 역할을 대신 할 수 있을지 반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ljm70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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