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자녀 한 학교 못 다니는 상피제…운동부는 예외?
인천 초중고 운동부 370팀…"상피제 적용 확대해야"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지난해 서울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을 계기로 교사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하는 '상피제(相避制)'가 전국 시·도교육청에 도입되고 있지만 운동부는 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20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인사관리 기준을 개정한 뒤 내년 3월부터 본격적인 상피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올해 3월 1일자 인사 발령에서는 전보 희망자만 대상으로 해 자녀와 같은 학교에 다니던 고등학교 교사 5명을 다른 학교로 발령했다.
이들을 제외하고 아직 자녀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인천지역 교사는 공립 중학교 25명·사립 중학교 1명, 공립 고등학교 10명·사립 고등학교 20명 등 56명이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내년부터 시행할 상피제 대상에 운동부 코치도 포함될지는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
현재 인천에서 운동부를 운영하는 학교는 초·중·고교를 모두 합쳐 282곳에 달한다. 팀도 370개나 된다.
이중 공립학교의 운동부 코치는 지난해 기준 320명이지만 자녀가 운동부에 함께 소속된 코치 수는 파악되지 않았다.
이들 운동부 코치는 통상 학교장과 1년 단위 계약을 맺고 근무하는 형태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경우 계약을 연장하는 경우가 많다.
또 철저한 도제식으로 엘리트 교육이 이뤄지는 데다 인력 풀이 좁은 운동부의 특성상 코치의 발언권이 강력하다. 학부모를 상대로 한 금품 수수나 향응 등 운동부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같은 운동부에 코치와 선수인 자녀가 함께 소속돼 있을 경우 더 큰 부작용이 예상돼 일각에서는 상피제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이저리거를 배출한 것으로 유명한 인천 한 학교에서는 운동 코치와 선수인 자녀가 같은 야구부에 소속돼 있어 최근 일부 학부모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부모는 "올해 새 코치가 부임하면서 그 아들이 첫 연습 경기부터 수차례 선발로 나갔다"며 "이전에는 선발이나 시합에도 잘 나오지 않았던 선수"라고 말했다.
이어 "엘리트 스포츠를 시키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감독과 코치들의 말 한마디가 아이의 인생을 좌우한다"며 "정당한 실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운동부도 상피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교육청은 아직 상피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지 않은 만큼 운동부도 적용 대상에 포함될지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을 경우 철저하게 조사해 운동부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운동부 코치가 자녀와 함께 운동부에 소속될 수 없다는 별도의 규정이나 지침은 아직 없지만 만약 이와 관련해 문제가 생길 경우 별도 조사를 거쳐 운영 실태를 감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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