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항 화물선 연료유 무자료거래 의심 사례 무더기 발견

입력 2019-03-18 14:52
내항 화물선 연료유 무자료거래 의심 사례 무더기 발견

부산해수청 53개사 점검 결과 70% 수급 명세 불일치…수사 의뢰

21척 표본조사서 황 함유량 높은 외항선용 기름 사용도 드러나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국내 연안을 다니는 내항 화물선에 속칭 '뒷기름'으로 불리는 무자료 연료가 공공연히 공급되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무더기로 드러났다.

부산해양수산청은 올해 1월부터 내항 화물선에 선박연료유를 공급한 해상유 대리점 53개사를 점검한 결과 70%인 37개사의 기름 수급 명세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해수청은 대리점으로부터 기름을 공급받은 선사들이 제출한 작년 3분기 유류세 보조금 신청서와 한국석유관리원의 석유제품 수급보고 시스템을 대조해 이런 사실을 밝혀냈다.

연료유를 공급받은 선박 21척을 표본조사한 결과에서도 모두 1건 이상 보조금을 신청한 것과 다른 유종이 공급된 사실을 확인했다.

부산해수청은 적법한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은 무자료 기름이나 가격이 더 싼 외항선용 기름을 빼돌려 내항선에 공급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해경에 수사 의뢰했다.

해수청이 밝혀낸 무자료거래 의심 사례로는 대리점이 정유사로부터 공급받은 물량이 없거나 수급보고 시스템에 입·출하 명세가 없는데도 선사에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선사에 공급한 기름양과 수급 시스템상 기름양이 다르거나, 수급 시스템에 신고한 자료와 실제 공급한 선사 및 기름 종류가 서로 다른 경우도 확인됐다.

외항선용 기름이 내항선에서 발견된 사례도 상당수라고 부산해수청은 설명했다.

외항선용 기름은 황 함유량이 1.0% 이하로 내항선용(0.05% 이하)보다 20배나 많고, 유류세와 부가가치세 외에 관세와 수입부가금까지 면제된다.

해수청 관계자는 "수급 불일치가 대리점의 단순한 입력 누락이나 오류 때문인지, 무자료거래나 외항선용 기름 불법 유통에 의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기 위해 수사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사 후에 정확한 실태가 드러나겠지만, 현재까지 확인한 자료만 토대로 봤을 때 무자료거래와 외항선용 기름 빼돌리기 등 불법이 만연한 것으로 충분히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해수청은 수사 결과 무자료 기름 등을 공급받은 것으로 드러난 선사에 대해서는 6개월간 유류세 보조금 지급을 정지하고, 지난 5년치 보조금을 환수할 방침이다.

국내 내항 화물선사는 790여개, 보유 선박은 1천여 척에 이른다.

정부가 내항 화물선사에 지급한 유류세 보조금은 지난해 부산 104억원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252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2001년 7월부터 유류세 인상에 따른 운송업체 경영난 해소를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부산해수청 점검에서 내항선 기름 공급 전반에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이달부터 전국 항만을 대상으로 유류세 보조금 지금 실태를 전면 조사하고 있다.

조사결과를 토대로 유류세 보조금 운영 시스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부정수급을 막을 체계를 구축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lyh950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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