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계속된다…동일본 대지진 극복기 '봄은 온다'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2011년 3월 11일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은 2만4천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고 피난민은 약 47만명에 달한다. 지진 이후 8년이 지났지만, 아픔은 현재진행형이다. 남은 사람들의 삶 역시 계속되고 있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봄은 온다'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모든 것을 잃었지만 무너진 땅 위에서 여전히 삶을 일구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재일 교포 3세인 윤미아 감독의 데뷔작이다.
지진이 일어난 지 6년 후인 2016년 여름부터 2017년 봄까지 약 10개월 동안 지진 피해 지역의 주민 100여명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대지진 이후 이 지역 사람들은 저마다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목공업을 하는 엔도씨 부부는 쓰나미로 세 자녀를 한꺼번에 잃었다. 부부의 집 역시 쓰나미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6년 후 남편 신이치 씨는 함께 피난 생활을 했던 사람들을 지원하고 다른 시민들과 연대하기 위해 옛 집터에 컨테이너 사무소를 차리고 자원봉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부인 료코씨는 수공예를 통한 여성들의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오래된 기모노를 재활용한 수공예 축하카드를 만드는 일을 한다.
엔도 신이치 씨는 "죽으면 지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는 게 지옥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하면서도 "각자 다양한 삶의 짐을 등에 업고 살아간다. 그렇다고 그게 얼굴에 쓰여 있지는 않다. 살아간다는 건 그런 게 아닐까"라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오쿠다 에리카 씨는 쓰나미에 남편을 잃었다. 지진 5일 전에 결혼식을 올리고 재해 당일인 3월 11일 혼인신고를 할 예정이었다. 지진 4개월 후 딸 리사토를 출산했다. 리사토는 잘 자라서 주산 준 2단, 암산 3단에 합격했으며 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오쿠다 씨는 "떠올리면 괴로운 기억이지만 그렇다고 잊어버릴 수는 없다. 항상 참 갈등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영화는 따뜻한 시선으로 재해를 겪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현재 삶을 바라보지만 지나치게 감정 이입을 하거나 이들을 동정하지는 않는다.
상처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그래도 이들은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간다. 임시로 가게를 열어 영업을 재개하고 아무것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땅에 작물을 다시 심는다. 축제용 가마와 도구는 쓰나미에 모조리 휩쓸려갔지만 그런데도 축제를 연다.
일본어 원제는 '나쁜 일 뒤에는 좋은 일이 생긴다'는 뜻의 '일양내복'(一陽來復)이며 영어 제목은 '삶은 계속된다'(Life Goes On)이다. 모두 영화 주제인 희망을 담아냈다. 남은 사람들의 삶은 계속되고 영화는 이들의 삶에 제목처럼 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이 왔음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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