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국당이 주장한 '비례대표제 폐지' 위헌일까?

입력 2019-03-11 17:51
[팩트체크] 한국당이 주장한 '비례대표제 폐지' 위헌일까?

헌법학자 다수 "폐지는 헌법상 명시적 입법 의무 위반…위헌으로 봐야"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자유한국당이 지난 10일 들고나온 비례대표제 폐지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혁안' 패스트트랙 추진에 맞서 비례대표를 폐지하고 의원정수를 270석으로 줄일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은 11일 CBS라디오에서 "비례대표 자체를 없애버리겠다는 것은 헌법 41조 3항 위반"이라면서 "한국당 나경원 대표가 율사 출신인데 이제 헌법도 잊어버렸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역시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 제41조는 국회의원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 사항에 대해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면서 비례제도가 헌법사항임을 분명히 했다"고 지적했다.

양당의 공격에 한국당은 논평을 내고 헌법 제41조 3항은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을 법률에 위임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심 의원의 발언은 객관성이 결여된 자기중심적 헌법해석을 동원한 나경원 원내대표 모욕주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헌법 제41조 3항은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학자들은 대부분 이 조항에 대해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 견해"라며 비례대표제 폐지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해석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제41조 3항은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식을 법률로 정하라고 한 것이지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거나 폐지할 수도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또 "국민의 의사가 의석 수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문제 인식에서 평등선거를 구현하기 위해 비례대표제가 도입됐고 강화되어 왔다"며 "비례대표제 폐지는 이 같은 움직임에 역행하는 것으로 평등선거의 관점에서도 정당성을 지니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헌법 제41조 3항에서 선거구와 비례대표제를 언급한 것은 국회의원에는 선거구를 대표하는 지역대표와 비례대표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국회에 명시적 입법 의무를 부과한 것"이라며 비례대표제에 관해 규정하지 않거나 이를 폐지하는 것은 명시적 입법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위헌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구체적인 사항만 법률로 정하도록 한 것이지 비례대표제 실시 여부를 법률로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헌법학계에서 비례대표제를 어떻게 합리화할 것이냐 하는 논의는 있어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비례대표제 폐지를 위헌으로 볼 수 없다는 일부 견해도 있었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헌법 제41조 3항이 국회의원 선거에 반드시 비례대표제를 포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본다"며 "정부 형태까지 고려한 통일성의 관점에서 보면 대통령제를 택한 나라에서는 비례대표제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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